-나를 풀어줘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건 '적정선'을 지키는게 아닌가 한다. 그것은 부모자식간에도 해당하는데 우리는 곧잘 '자식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당연시한다. 그걸 받는 자식들도 과연 부모처럼 행복하기만 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남매에게 각별한 엄마 혜영. 그런 엄마의 유일한 낙이자 버팀목인 딸 유리. 이 둘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녀사인거 같지만, 그 딸은 엄마 몰래 탈선의 늪에 빠지고 결국은...
이야기는 딱히 독창적이거나 의외의 반전을 얘기하는 대신 ,부모의 과도한 관심이 자식에게 어떤 폐해를 가져오느냐를 담담히 서술해간다. 그래서 영화는 조금 힘이 없어 살짝 지루한 맛도 주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우리모두 생각해볼 그런 영화다.
어느날 유리는 등교를 하는 척 하며 다른 곳으로 빠져버린다. 그리고는 일어난 사건.
'내 자식만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엄마 혜영과 그런 엄마를 수상히 여기는 형사들, 그리고 유리의 담임. 이렇게 주요인물들은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사건의 진실에 우왕좌왕하면서 접근해 간다.
'우리 개는 안물어요'와 '내 자식만은 그런 애가 아니다'와의 큰 차이를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의 자식도 부모의 눈을 피해 얼마든지 일탈할수 있고 반사회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고 부모가 걱정하는 무리들과 어울릴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아주 작지만 극적인 반전을 꼽으라면 담임 역시 유리와 다르지 않은 기대와 수모를 부모로부터 받고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소외된 이가 소외된 자를 바라보는 그 미묘한 시선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게 이 영화의 주된 포인트라고 할수 있다.
흔히들 얘기한다 .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소유물로 다루고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사회구성원으로 만들려고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모든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건 아니어서 부모 앞에서는 '엄마 아빠'라고 다정히 부르면서도 돌아서면 '씨발년'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목도할때 부모만큼 자식을 모르는 이도 세상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딱 떨어지는 결말을 제시하는 대신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더욱 복잡한 심경에 시달리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렇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을 탓할수도, 그렇다고 부모와 다른 '세계의식'을 가진 자식을 탓할수도 없다. 이 문제는 부모자식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인류, 모든 생명체는 낱낱의 입자로 타자와 '진정한 결합'에 이를수 없는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회의론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유리의 친구인 아이돌 연습생 예나는 그럼 유리가 절대 친하게 지내면 안되는 '일탈의 상징'이 맞는가,하는것도 다시 한번 새겨볼 문제인데, 특정직업에 대한 부모의 반감과 거부감이 자식들만의 '모든걸 초월한 우정'을 방해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직 '세상'이라는 흰 도화지에 연필도 제대로 대보지 못한 자식들의 무한한 융화와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그 어떤것도, 심지어 미물도 '완전히 소유'할수도 없다는 것을 쓸쓸하게 보여주는 소품이라할 수 있다.
타이틀 <독친 Toxic Parents> 한국, 2023
감독 김수인
주연 장서희 강안나
러닝타임 10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