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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로>

-그만의 진실

by 박순영


개인적으로 '운명'을 믿는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얼마전에 내가 썼던 '퀴어'의 문제가 이 영화의 복병으로 숨어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이 영화를 보려고 내가 그런걸 썼구나 하는? 물론 그외 영화의 흐름이나 마무리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남녀의 수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겉으로는 번듯한 사람도 자기 와이프나 남편에게는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적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하는 문제를 이 영화는 던지고 있는거 같다.


국선 변호인을 거쳐 검사를 희망하는 정민과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윤아. 이렇게 둘을 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결국, 미스터리의 요소중 가장 기본인 누가? who done it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런저런 복선이 깔려 혼란을 준다. 물론 이런것들이 미스터리의 매력이고 가치라면 가치다.



누가 범인인가?가 해결된다면 왜? why done it라는 상황설명이 주어지는데 영화는 거꾸로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보이는듯 하지만 예리하고 직관적인 관객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 그래서 why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상황이나 '드러남'이 조금은 장황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이나 경찰이 죄수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검사가 된 정민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실'과 '진실'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정민은 혹시 자기 정당화를 위해 거짓을 택한건 아닐까, 하는 불편함을 안겨준다. 즉 '그만의 진실'을 택한건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살인'은 다 용서받아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는건 아닐런지...

이야기는 법정극에 어울리는 냉정하고 예리한 톤을 잘 유지하다 난데없는 '퀴어'의 문제, 그닥 설득력없는 사랑의 결말로, 이도저도 아닌 , 마치 어린아이가 마구마구 그려낸 서툰 그림같은 그런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이 부분에 감동을 받는 이도 있겠지만 더 좋은 결말을 '회피'했다는 여운을 남기는 건 확실하다.



그래도 눈에 띄는건, 아이돌로만 인지돼온 정민 역의 강민혁이 어엿한 성인물에 도전해 괜찮은 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더이상 10대만의 우상이 아닌 성인팬을 거느릴 역량을 충분히, 침학하고 조용히 보여준것이 인상적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영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의 법정극이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한다면, 이 <폭로>는 어느정도 레벨에 이를수 있음에도 흥행, 자본, 이런저런 입김에 의해 결국은 애매한 선택을 해버롔다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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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폭로 havana> 한국, 2023

감독 홍용호

주연 강민혁 유다인

러닝타임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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