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왈츠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서양사람들도 '운명'이니 '인연'이니 하는것을 믿기는 하는구나, 하는것이었다.
80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두 남녀는 격정적으로 마주치고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그러면서도 인연을 부인하고 헤어지지만 결국엔 다시 재회해서 둘은 운명적 만남임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들의 앞날이 마냥 해피할것인지는 삶의 이런저런 '덫'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기억과 망각, 사랑과 아픔, 육체의 허무함 등등..
엔딩 크레딧 직전에 '안톤 옐친을 추모하며'라는 글을 보고 이게 뭐지?하고 당황을 하였다. 찾아보니, 러시아 태생의 헐리웃 유망주였던 남주 안톤 옐친을 언급한 것이다.. 경사로에서 뒤로 밀리는 차에 치여 사망한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짧은 그의 삶의 유작이 된것이다. 그렇게 일찍 갈줄 알고 비록 영화속에서나마 마티를 끔찍히도 좋아하고 사랑한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영화는 포르투갈 제 2의 도시 포르토porto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국인 제이크와 프랑스여자 마티의 우연이 반복돼 결국 필연에 이르는 사랑의 여정을 직관적 대사와 감각적 미장센을 이용해 살짝 '실험영화'냄새가 나게 만든 그런 작품이다.
웬만하면 '이건 운명인거 같아'따위의 말을 극중에서 하지 않을텐데 두 남녀, 특히 제이크는 극적 순간마다 따박따박 사랑의 희열과 아픔을 언어로 내뱉어 색다른 감흥과 맛을 자아낸다.
자꾸 만나지면 서구인들도 서로를 인연이라 여기는거 같다. 마티에게는 이미 사실혼 관계의 남자가 있음에도 그녀는 과감히 제이크를 받아들인다 사랑은 반드시 긴시간 영과 육의 결합과 사회가 정한 모랄과 규율을 따라야만 그 가치와 진정성을 인정받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프닝같이 반복되는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운명임을 직감케 하고, 마티가 아무리 밀어내도 제이크는 멀어지거나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둘은 마치 서로의 손을 잡고 '사랑의 왈츠'를 추는 것 같다. 가끔 스텝이 꼬이기도 하지만 크게 괘념치 않고 음악이 흐르는 한, 삶이 지속되는 한 그 '춤''을 그칠거 같지 않다. 마치 극중 마티의 노모가 그 나이에도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는 것처럼.....
물론 이 영화는 존재의 타고난 절대고독과 그로인한 타자에의 갈구를 나타낸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결핍된 존재여서 그 부분을 타인이 채워줘야만 한다는것을 강렬한 '사랑의 춤'을 통해 드러냈다 할수 있다.
여담인데, 영화속 제이크(안톤 옐친)의 음울하고 직설적이고 다분히 반항적인,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는 어쩌면 다가오는 실제의 '죽음'을 예견한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그나마 다행인것은 영화에서나마 운명적 사랑을 나누고 갔다는 것....
타이틀 <포르토porto>프랑스, 포르투갈, 폴란드,미국, 2018
감독 게이브 클링거
주연 안톤 옐친,루시 루카스
러닝타임 76분
https://m.youtube.com/watch?v=w2SuylgZd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