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축제
일반적으로 상을 당한 경우,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상기한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선'을 넘었다고 할수 있다. 집을 나선 부부가 난데없는 총격을 받고 겁에 질린 남편이 가짜 장례식을 연출하는데...
흔히 영화에서 보여지는 정교한 카메라 앵글과는 다르게 리얼 다큐를 떠올리게 하는 현란하고 마구잡이식의 카메라 워킹에 의해 영화 전체가 촬영되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자주 보기 어려운 러시아 영화라는 것이 일단은 눈을 끌었다. 상황과 배우만 주어지고 그들의 무한한 애드립과 슬랩스틱으로 흘러가는 듯한 살짝 '실험적 '기법도 엿보이는 이 영화는 가짜 장례식을 모티브로 그야말로 사돈의 팔촌까지 한자리에 모여 불륜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사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슬쩍 '크림반도'를 언급하는 등 러시아의 현안을 뭉개지 않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죽음이란 뭘까? 마지막 단장을 하고 관에 뉘어진 다음 그위에 흙이 뿌려지고 고인의 가족을 비롯한 평소 고인의 지인들이 모여 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고 동시에 평안하길 빌어주는 의식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죽음은 있는대로 희화화돼 장례식 도중 싸이의 <강남 스타일>까지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장례식이라는 현장성을 잊은듯 마구마구 내면의 광기와 욕구를 분출해낸다. 마치 장례식이 축제라도 되는 양...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기로 자주 접하게 됐기 때문일까? 부쩍 러시아라는 나라에 관한 많은 관심이 생긴것도 사실이다. 그런 경직된 체제에서 예술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며,'정상적으로 소통'하는게 가능한가를 되짚어본다면, 이렇게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뒤틀린 스토리와 장난스런 카메라 앵글은 ,비틀지 않고는 허락되지 않는 '체제내에서의 예술'의 비장함까지 묻어난다. 물론 보다 나이브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엄숙하고 정갈해야 할 '장례식'이라는 현장이 술과 춤, 광기와 욕정의 현장으로 변하는 이 아이러니, 이것의 함의를 찾아내는게 관객의 숙제라 하겠다.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샅샅이 훑어낸 희비극이라 할 수 있다.
타이틀 <엉망진창 장례식 kiss them all 2 > 러시아, 2014
감독 조라 크리즈호브니코브
주연 율리아 알렉산드로바,레오니드 아크한젤스키
러닝타임 9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