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잠깐의 인사가 불러온 이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지독히 폐쇄적임을 실감...

by 박순영

대인관계를 하다보면 간혹 오해를 살 때가 있다. 왠지 기분좋은 날이 있지 않은가. 불어오는 바람에도, 흩날리는 꽃잎에도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고싶은 그런 날...


그래서 가끔 마주치는 얼굴이라도 만나면 '안녕하세요'하며 생긋 미소를 지어보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러면 대개는 반갑게 맞아주지만 가끔은 그걸 오해해서, '쟤가 나한테 뭐 아쉬운 소리라도 할게 있나?'라든가'쟤, 나한테 흑심있는 거 아냐?'라고 자기식으로 판단하고 관계를 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인사를 건넨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뿐이다.


뒤늦게 시작한 페이스북에 내 모교후배가 추천친구로 뜬적이 있다. 그와 나는 학번 차이도 많이 나고 정말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날따라 숙면뒤의 평온함과 동문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친구요청을 보냈고 그는 잠시후 응답했다. 그렇게 관계가 잘 이어지나 하다, 어느날인가 그가 모교사이트에 글을 올려 나는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댓글을 달고좋아요 하트를 누른적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트를 누른사람이 그날따라 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난 눈에 띄었다. 그런 흐름이라면 저쪽도 하트 내지는 답글을 달아주는데 그에게선 어떤 반응도 없었다. 난 괜히 오지랖을 부린것 같아 머쓱해지고 그렇게 사이트를 나와 내 일을 하다 다시 페북을 찾았더니 친구가 줄어있었다. 보니, 그가 나가버린 것이다. 아니. 동문이 전하는근래 학교소식이 반가워 하트를 날리고 댓글을 단거 뿐인데 거기서 부담을 느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해외에 나가면, 특히 서구권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hi하고 인사를 한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인식이니 행동도 많이 세련돼졌으려니 하지만 위에 든 페북사태?만 봐도 그렇다고 단정할 노릇은 아닌것 같다.

정말 반가움에 난 인사를 건넨것뿐인데 그게 이별로 흐를줄이야..

이래서 세상사는 모른다는게 맞는 말이고 이젠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공간의 정서가 이럴진대 나혼자 나이브해봤자 나만 이상한사람 취급을 받으니 그렇다. 그 어떤것도 바라지 않고 건넨 말한마디에 이렇게 상처를 받을 바에는...


우리 사회가 많이 서구화되고 개방되었다고 해도 가끔씩 접하게 되는 연애 상대로의 남성들 거의는 아직도 지독한 이기주의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있는 걸 확인하게 된다. 한마디로 여자가 얼마를 배웠든 '무조건 남자에 순종하는 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에 맞서 내 생각을 피력하면 머잖아 그 관계는 파투가 나고, 그 이유중 하나는 '피곤한 여자는 싫다'라는 것이다.

자기들이 내게 준 피로감따위는 생각않고 나로 인한 자기들의 피곤함만 열거하는 모순된 사고방식도 그렇지만 그게 이별까지 가는 동기로 작용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 입이 있고 생각이 있으면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자유는 있지 않은가.

지금도 생각나는 그들 중 하나가 말한 게 있는데 "품행방정하고 남자 알기를 하늘로 알고 섬길줄 알고 무조건 순종하는 여자를 배우자로 " 맞을거라던...그래서 "21세기에 그런 여자가 있냐"고 응대하자 "없지"하고는 침울해하던 그가 지금쯤은 부디 그런 이상형을 만났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튼 우린 조금은 더 오픈 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모르는 이에게 내 속내를 다 까발릴 필요야 없지만, 간단한 인사정도는 나눌수 있어야, 그래야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과 삶의 계획에 치어 피곤하고 힘들게 산다. 그럴때 산들바람처럼, 청초하게 건네오는 인사 한마디가 있다면 그걸 곡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만나고 헤어짐이야 세상의 이치고 인연론에 따르겠지만 서로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축하해줄 일이 아닌가. 반갑게 건네오는 인사 한마디 있으면 나도 그에게 따뜻한 인사나 미소 한번쯤 선물하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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