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쩌면 우리는>
우리생의 기적은...
나는 평생 체기를 달고 살아왔고 그러다보니 집에 소화제가 끊기는 일이 없다. 그러다 , 약물 의존성이 지나친거 같아 지난겨울 소화제대신 제로콜라로 체기를 달래다보니 혈당이 어마무시 올라가서 의사의 조언대로 과일향만 살짝 나는 탄난수로 대체해 요즘은 그걸 마시고 있다.
몇모금 마시면 끅, 하고 트림이 나오고 그러면 난 그제서야 책을 보고 폰을 하고, 글을 쓰든 일과를 진행할수가 있다. 천성적으로 병약하게 태어난게 자랑도 아니지만 그래도 몸이 부실하다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이렇게 문학이니 예술에 가까워진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잠깐의 체기도 괴롭거늘, 사람과 사람이 얽혀 낸 그 체기는 좀처럼 달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나마 글로서 조금씩 삭힌다지만 상대는 그런 도구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술 퍼마시며 몸이나 축낼것이다.
내 자체가 순둥순둥한거 같아도 강퍅하고 성마른 부분이 있고 또 비슷한 성품의 상대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 그러다보면 자주 불협화음이 일고 모진 생채기를 내곤 한다. 하지만 부모죽인 원수가 아닌바에는 시간이 흐르면 아무래도 미안해지고 반성하게 되고 그렇게 되는것 같다.
그러다 가끔은 하늘의 선물처럼 이 생의 체기가 가시는 날이 기적처럼 오곤 한다. 틀어진 상대로부터 짤막한안부나 사과의 메시지, 그런것을 받는 날이 그렇다. 그리 되면, 서로의 부재속에 깊이 똬리를 틀고 있던 미움과 원망이 한순간에 스르르 녹아내리고 화해와 그리움이 대신 들어선다. 비록 다시 보자는 기약이 없어도 상상속에서 나는 그와 (그녀와) 마주앉아 이미 차를 나눠 마시고 있다. 아니면 비오는 거리를 한 우산을 쓰고 걷든...
그래서 잘 만나는것 만큼 잘 헤어지는것도 중요하다. 연을 마무리 할때도 조금의 말미는 줘야할듯 싶다. 다신 안볼것 처럼, 완전히 끝낸다는 명목하에 ,해선 안될말을 퍼붓고 저주하고 심하면 법을 들먹이기까지 하다보면 결국 그 모든것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와 내 가슴에 박힌다. 미련을 남기고 찜찜한 결별을 하자는게 아니고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이별하자는 거다. 그렇게 되면 또다른 인연으로 이어질수도 있지 않은가...
난 '여름밤은 매직'이란 표현을 곧잘 쓰는데 오늘밤이 꼭 그렇다. 아직은 꽃샘추위의 여파가 있지만 낮에는 제법 더워 재킷을 벗어들고 반팔로 누비기도 한다. 이런 초여름밤 (좀 성급한 감은 있지만),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나는 곧잘 그와 그녀와 그들과 화해하는 상상을 하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정도의 여지는 남기고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