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시天使>

내게 의지해라..

by 박순영

조금전 천변을 걷다 입과 마스크 사이로 꽃가룬지 초파린지가 날아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꿀꺽 삼켰다. 바라건대 제발 꽃가루이길 . 벌레를 삼켰다는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니까.

거의 한시간을 찜찜한 상태로 걷고 와서 제일 먼저 입을 헹구고 탄산수를 들이켰다. 이쯤되면 뭐가 걸렸더라도 내려갔겠지,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래도 목에 무언가 남아있는듯한...



이러다보니 생각나는게 있는데 나는 예전에 늘 생선을 식탁에 올렸다. 주로 삼치나 고등어였고 가끔은 비싼 갈치도 얹곤 했다. 방금 구운 생선을 보시던 엄마는 "야, 맛있겠다"하면서 그 어두운 눈으로 가시를 발라서 맛있게 드셨다. 그렇게 반토막씩 두어번 먹으면 사온 생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따.



그러던 어느날, 시내 대형 서점에 갔다가 배가 출출해 식당가에 들러 정식을 시켰고 사이드로 튀긴 가자미가 나왔다. 워낙 생선을 좋아한 나는 메인보다 튀긴 가자미부터 손을 댔고 꿀꺽 삼키는데 뭔가 목에 탁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하고는 물을 마시자 그 느낌은 통증으로 전해졌다. 육감으로 이거 가시가 걸렸구나 싶어 나는 서둘러 동네 병원으로 향했고 내 목을 본 의사는 기겁을 했다. 도대체 뭘 먹었냐며..



조금있다 의사의 핀셋에 딸려나온건 생선 가시가 아닌 플라스틱 뼈모양이었다. 비닐이나 플리스틱 폐기물을 바다생물들이 많이 먹는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한 모양이라 누군가 고의적으로 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치밀었다. 목 소득을 마치고 혹시 몰라 소염제를 타고 나오던 그 순간의 더러운 기분이란...



그로부터 나는 생선을 일절 먹지 않았다. 그때문에 생선을 좋아하신 엄마까지 그 맛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느날 혼자 밥을 우걱우걱 먹는데 갑자기 회한이 밀려왔다. 나는 그런 고약한 기억으로 비록 생선을 끊었다지만 엄마는 생선을 가릴 아무 이유도 없는데 못드셨다는 사실이 퍼뜩 스쳤기 때문이다. 난 안먹더라도 자주 식탁에 올려야했고 가시를 발라 엄마 밥에 얹어드렸어야 한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선가 가끔 엄마와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사이드로 나온 생선을 열심히 발라 드시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난 한번도 가시를 발라 드린 기억이 없다. 누가 먹던 건지도 모르는데 먹지 마,라고 타박은 했을지언정.





이 기억은 내가 자그만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못했던 그날을 소환한다. 같이 수술받은 환자들은 정상범위의 시간내에서 죄다 깨어났지만 나는 장기 일부가 마취에서 깨질 못해 힘들어했고 그걸 보다 못한 엄마는 나가서 복도라도 걸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링거대를 끌고 복도를 걷는 내가 갈짓자로 휘청이자 엄마는 주름잡힌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나한테 의지해라"하셨다. 그순간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 눈물을 들키기 싫었으므로.


그렇게 어느정도 걷다보니 몸 전체가 마취에서 깨어났고 나는 이후 정상적 회복속도를 보여 예정한 날 제대로 퇴원할수 있었다.

엄마는 당신한테 의지하라고 그 조그만 어깨까지 내주셨건만, 그깟 가시 하나 발라주는게 무에 대수라고.. 난 천국에 가지도 못하겠지만 가더라도 엄마를 볼 면목이 없다..그 기억은 내 가슴에 커다란 가시로 박혀 영원히 빠지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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