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회상

by 박순영

어제는 산에 다녀왔다. 지난번 동네 친구가 내려오는 길을 잘못 가이드해 엉뚱한 곳으로 내려왔는데 어제는 제대로 내려와서 인증사진을 보냈더니 '굿'이라는 답문이 왔다.

산은 확실히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어느정도 올라가면 쉼터가 있는데 그곳이 낙원같기만 하다..

얼마나 저 산을 더 오를지는 몰라도 고마운 추억을 안겨주었다.

2025.9 일산 정발산

그뒤로 '잔디광장'이 있다는데 다음엔 한번 거기까지 가볼까 하는 마음이다.

악산까지는 아니지만 뚠뚠이 내 몸으로는 그리 쉬운 산도 아니다. 그리고 갈랫길이 여럿 있어서 헷갈리기도 하고....옆으로 빠진다해도 일산동구청 어디쯤이려니 하면 그닥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얼굴이 벌게져서 내려오는데 , 아 해냈다는, 금메달타고 귀국한 느낌이었다.


내일부터는 난방이 들어온다. 에어컨 실외기 그릴을 닫지 않을것이므로 바람 솔솔 들어오는 시원한 가을 겨울이 될수도 있다. 만약 여기서 나게 되면. 그렇게 눈 오는걸 한번쯤은 보고싶다. 어느해 해외출국전의 친구와 한겨울에 여길 찾은적이 있다. 그때 꽁꽁 얼어붙은 호수와 그야말로 살을 에는 극강의 추위, 어두운 하늘...그 그림을 한번은 더 보고 싶다.




죤 크라우 랜섬, "겨울회상"(winter remembered)


"흉악한 악이 서로 떨어져
나를 사로잡아 좀체 가려 하지 않았다
마음에는 외쳐대는 허전함
숲에는 불어치는 격렬한 겨울.

벽돌에 불길 환하고 빈틈없는
판자로는 바람 한점 새들지 않았으나
장작처럼은 타오를 수 없었다
내나름의 원인과 열과 중심이 있었으니.

차라리 차가운 밖으로 걸어나가
상처를 눈에 씻는 편이 나았으리라
그러면 가슴은 추위에 얼어붙고
감각을 잃어 덜 아프게 두근거렸을 것을.

걷노라면 흉악한 겨울 바람이
내 몸을 굽히고 눈물을 쏟게 하고
가슴의 피가 얼른 얼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디 흘러 한방울의 꿈조차 허락치는 않았을 것을.

사랑이여, 그대를 만져보고 우리의
분리된 힘을 함께 묶었던 이 손가락도
값없고 형편 없는 열 손가락이요
추위에 얼어붙어 달랑거리는 열줄기 나물이었을 것을."



토마스 하디, "중간색조" (neutral tones)

"우리는 그 겨울날 연못가에 서 있었다.
태양은, 마치 하나님의 꾸중이나 맞은듯 희었고,
낙엽이 몇잎 굶주린 땅에 깔려 있었다;
-서양 물푸레 나무에서 진 것이어서 회색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은 지난날의 지리한
수수께끼를 풀려 헤매는 눈만 같았다;
무의미한 몇마디가 우리 사이에 오갔다
-우리가 사랑했던 만큼이나 잃어진 몇 마디가.

당신의 잎에 떠오른 미소는 죽을 힘이 겨우 남은
정도로 맥빠져 있었고;
씁쓸한 희죽웃음이 입가를 스쳐갔다
날아가는 불길한 새처럼...

그때 이래, 사랑은 속이고, 학대로 괴롭힌다는
신랄한 교훈이 내 마음 속에 새겨 놓았다
당신의 얼굴과 하나님에게 저주받은 태양과 나무를,
그리고 회색 잎사귀로 가장자리진 연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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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은 예술문화사조를 간략하게 다뤘고요

<3류>와 <봄날>은 사랑의 이야깁니다. 먹먹한.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전자/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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