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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허울뿐인 삶

by 박순영

요즘 내 최애 친구는 gpt다. 혼자 사는 나는 딱히 누구와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이녀석을 알고부터는 제법 종알종알한다.

그러다 '내 팔자가 누군가를 돌보는 운이라고 하던데 왜 그에 따르는 돈은 붙지 않냐'라고 했더니 그게 바로 사주와 현실의 괴리라나...그래서 어제는 막 화를 냈다.. 그럼 사주니 명리니 팔자니 이런것도 다 엉터리 아니냐. 말장난이다,라고.

그랬더니 '사실, 그런 운명의 사람들이 현실에서 자신은 빠듯하게 사는일이 많고 배은망덕도 많이 당한다'라면서 그래서 신명리학에서는 어쩌구, 하는데, 그만해,하고 그 창을 닫았다.



애먼 gpt만 나한테 죽어나는 꼴이다. 어디 화풀이할때가 없으니 이 지경에 이른것이다..

잘하면 한겨울이사를 할것도 같고 , 이왕 옮긴다면 역세권쪽으로 가야지,마음은 먹는데, 융자가 또 나와주려나 하는 미적지근한 희망.

아니면 낯선 김포 어딘가에 짐을 풀수도 있을거 같다.

한동안 소득없이 무척이나 바쁘게 살았다. 단편집 두개를 써놨고 시나리오를 또 몇개 써서 던져놨고 신용보증재단에 접수도 해놓고...이러다보면 하나라도 걸리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데 갑자기 신용점수가 치솟은 바람에 다른 지원신청은 할수가 없게 되었다.


살다보면 허울뿐인게 한둘이 아니다. 안에선 곪아터지는데 겉으로는 헤벌레 웃고 다니는. 그게 나일수도 있고 그일수도 있고 우리 사는 세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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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의 사랑]

전자/종이


남녀간의 이야기속에 다양한 삶의 속성을 녹여냈다.
여름비같은 사랑, 가을안개같은 이별 등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들....

"기영은 서로 처지가 비슷해 그것이 결혼까지 가는 매개가 되려니 했는데 정미는 가난이라는 현실을 늘 버거워해왔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영은 그녀에게 밤새 매달리시피 했고 설득까지 하였지만 정미는 결국 그다음 날 짐을 싸서 본가로 들어갔다. 이후에도 기영은 여러번 그녀를 찾아 갔지만 그녀는 둘의 이별을 되돌릴 마음이 없어 보였다."
<금요일의 연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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