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오기

by 박순영

먹다 남은 골뱅이를 기어코 다 먹겠다는 집념?으로 정말 거의 다 먹었다. 조금 남은건 점심대용으로 처리할 생각이다. 이왕 독배를 들기로 한거, 다 마시기로...사람은 가끔 이상한 것들에 목숨을 건다. 들인 돈이 아까운 것도, 공유한 추억이 아쉬워서도 아닌 그저 오기로 그런다.

사실 지금 난 오기의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집매각은 정체상태, 곤궁하고 ,그래도 책과 글을 놓지 않는건 오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은 훗날의 씨앗이 돼주려니 하는? 뭐라도 명분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영상 ip라든가 앤솔로지 자료가 된다든가.


그런데 사람만은 오기로 어쩔수가 없다. 인간 외 다른 종은 손도 대지 못하면서 인간을 너무나 무서워하고 기피한다. 인간은 냉혹하고잔인하다. 유일하게 오기를 부릴수 없는게 '관계'인듯하다.

지난연말, 소원했던 친구가 신년인사를 해왔는데 읽씹했다. 거의 40년 우정인데도, 답하기가 싫었다. 다가가면 한발 물러서는 , 같잖은 계급의식에 진절머리가 났다. 경험으로 봐서 인간과 관계는 지 알아서 흐르게 놔두는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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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숨쉬게 하는건 돈이 아니다. 나를 걱정하는, 그리워하는 타인의 시선, 마음일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사랑을 테마로 한 연작 단편집이고 총 7편이 담겨있다. 뒤돌아서도 그리움이 끊이지 않는, 헤어지려고 기를 써도 마음 깊이 사랑이 남는, 그런가 하면 헤어진 상대를 끝내 잊지 못해 비극에 이르는, 그리고 또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불발된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등 다양한 사랑과 마음의 풍경이 조용한 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의지처 없이 방황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에게 한줄기 사랑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모든것이 동면에 들어가는 겨울에도 사랑의 마음은 작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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