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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y 15. 2023

영화리뷰<사랑할때 이야기하는 것들>

길모퉁이 약국에서 피어난사랑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았다. 한국영화뿐 아니라 요즘 와서는 거의 영화를 안 보는 터라 ott로  두세번 끊어서 보았다. 

무자극적인 지극히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할수도 지루할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남녀 주연배우를 믿고 끝까지 완주했다. 미국작가 레이먼 카버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빌어다 쓴것만으로도 감독의 문학적 취향이 잘 드러난다 하겠다.


인구는 약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인물도 준수한 인물이다 . 그에 반해 혜란은 아버지가 남긴 5억 빚을 갚느라 짝퉁 명품 옷을 만들어 파는 인물이다. 이 둘이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조우하면서 시작되는 사연많은 러브스토리이자휴먼 드라마다.



영화속 약국이라는 공간은 소탈하고 일상적 이미지의 배우 한석규에게 너무나 잘 스며들었고  <8월의 크리스마스>속 사진관이 주던 정겨움과 아련한 노스탈지아까지 선사했다.

그리고 도회적이며 깔끔한 이미지의 김지수 역시 의상 몇벌로 2시간여를 버텨내며 외모가 아닌 오로지 연기로 승부를 보자는 의지가 강했고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일상이 갖는 무게는  과연 어떤걸까 하는 문제를  제시한 작품인데 해서 그나름의 작품성도 있고 관객수도 20만을 넘었다니 상업성에서도 중박 정도의 성적을 낸 셈이다.



거의 매일 지나다니는 약국을 스쳐갈때면 하루종일 흰 가운을 입고 그 좁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약사들을 보면서, 대다수가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어딘가 안됐다는  생각을 곧잘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들역시 평범한우리 이웃중 하나고 저마다의 십지가를 지고 살아가는 '지극히 보통의 인간'임을 재 확인했다.


인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형 (이한위 분)때문에 첫사랑과의 결혼이 깨진 내력이 있다. 그런 그가 과연 그 장애를 넘고, 그리고 혜란은 5억이라는 빚의 장애를 넘고 온전한 사랑에 이를수 있을까,라는 단순할수도 복잡할수도 있는 문제에 대한 2시간의 단상일 것이다.


인물의 직업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 여부를 놓고 볼때 이 작품은 그 비중이 높았다 할수 있는데 그것은 약국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묶여있는' 인물을 그림으로써 고달픈 삶이라는 '생의 감옥'을 은유한 것으로 풀이 할수 있기 때문이다. 혜란역시 미모에 젊은 육신을 갖고 있지만 죽은 부친이 남긴 수억의 빚때문에 온전한 자신이 아닌 '가짜'로 살아야 하는  우리 이면의 슬픈 자아를 대변한다 하겠다.


요약하면 이 영화는 '일상의 그늘'을 섬세하고 조곤조곤하게 그려낸 셈이다.









title   사랑할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한국영화

감독 변승욱

주연 한석규 김지수

러닝타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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