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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마지막 비

by 박순영

어제 하루 쉬었던

비가 다시 내린다.



빗속을 여기저기 헤매게 하던

모진 인연도 끝이 나고


조금은 쓸쓸한 자유를 맛보며

새 한마리 창가에 올린다.


아직은 작은 새여서

날개만 파닥거리지만

언젠가 제대로 날아오를 것을 믿는다.



오늘, 내일 중으로

장마가 물러간다고 한다.

그리고는 지독한 폭염이 몰려올걸 알지만


그렇다고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불필요한 외출을 할일도 없어졌고

더이상 끓어오르는 내열에 시달릴 필요도 없으니.



읽다만 책을 좀 읽고

이사 계획을 좀더 적극적으로 세워볼까 한다.



살만큼 살았으면

옮겨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있을만큼 있다가 새가 돼서 떠나가는 인연들을

굳이 탓할 필요가 없다.



한동안 들을수 없을

빗소리를 오늘은 너그러이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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