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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눈길

by 박순영

길은 길로 이어진다고 한다.

산에서 길을 잃어도

찬찬이 보면 작게나마,

때로는 덤불에 가려져

길이 나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길이 중간에 뚝 끊어진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땐 아무래도

없는길을 만들어가며

조금은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산을 내려와야 한다.



요즘은 더워서 통

뒷산을 가지 않지만

폭염이 물러가고

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최소 일주일에 두번은 가볼 생각이다.


언제 이곳을 떠날지도 모르고

배산임수라는 이 천혜의 특권을

조금은 누리다 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등산이 수영에 버금가는

칼로리를 소모한다기에

그렇기도 하다.



알려진대로 내가 사는 곳은

온통 자연이고 산악지역이라

계절의 바뀜을 그 어느곳보다

빨리 쉽게 파악할수 있다.



그런 가을산을 오르다 혹시나

익숙하지 않은 새 길을 만나거나

그 길이 또다른 길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제는 당황하지 않기로 한다.


길도 다 인간이 내는 것이거늘

앞선 사람들이 무사히 하산을 했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숨겨진 그 길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내가 소소하게 길을 내면서



기필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것이다.

내가 낸 길을 따라

그 누군가가 또 그렇게 안전히

하산할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길을 잃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하려 한다.



'등산'이라 해서 거창한게 아니고

쉬지않고 빠른걸음으로 50분 정도 걸리는 야산이다.

그런데 경사는 45도에 육박해

오를땐 이게 여간 힘드는게 아니다.



신기한건 그 꼭대기에

초등학교가 있고

어느 겨울인가,

씩씩대며 눈덮인 경사로를 올라오던 등굣길

아이들을 보며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내려갈때는 썰매를 타듯

눈을 즐기며 장난까지 치는걸 보면서



나역시 어릴때는

힘겹고 버거운것을

즐기기도 했겠지,

잠시 상념에 빠진적도 있다.


올해도 이곳에서 겨울을 맞을지,

뒷산 솔숲이 눈지붕을 이루는걸 볼수있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덥다는 핑계로 파바로티 틀어놓고 늘어져있는 여름날 아침의 나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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