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가을 선물

by 박순영

손님이라봐야

남친이 거의 전부인데


저녁무렵 와서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간다.



이번에는 날도 덥고

서로 어긋나는 일도 있고 해서

많이 다투고 보내고 나니

마음이 안 좋아서



그를 위해 뭘 할게 없을까, 하다

조졸하게나마 그의 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원래 이사가면 아예 방 하나를

그의 서재겸 침실로 해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집 빠지는게 시간이 걸리는거 같아

있던 침대, 간이 책상, 정도로 대강 꾸며보았다.



혼자서 좁은 방에서 침대 위치를

바꾸다보니 프레임 여기저기 흠집이 났지만


얼추 방 모양이 나와서 다행이다.

그의 유일한 쉼터 역할을 했던

푹신하고 넉넉한 길이의 소파를 치워버린게 미안도 하고...



모처럼 왔는데

쉴곳도 마땅치 않고

그가 좋아하는 책을 보고 글쓸 공간도 없으니

아마 짜증이 많이 났으리라..

날은 찌고...



지난번, 집에 오면 갈아입을

편한 반바지를 샀노라 이야기했더니

이제사? 하고는 투덜댔다.



나는 필요한거나 기분이 상하면

그때그때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그는 속으로 삭히고 좀 꿍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눈치와 센스를 키워야 할 판이다..




다음에 오면,

"이거 자기 방"하고

내놓고 말할수 있게 돼서

구슬땀을 흘린 보람이 있다.

그에게 자그만 선물을 한 기분이다..



선선해지면

우리의 날카로웠던 여름의

손톱자국도 많이 아물것을 믿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