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격리가 끝나고
드디어 문밖 출입이 가능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모레 오전부터지만...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귀찮기도 하다.
전자는 물론 자유로워진다는 것에 대한 것이고
후자는 아직 남아있는 더위 때문인것 같다.
어릴땐 은근히 아픈걸 기대하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퇴근때 늘 황도가 가득 담긴 깡통을
사오셨기 때문이다.
그걸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젠 그저,
아프면 탄식만 나오니
세월이 어지간히 흐르긴 했나 보다.
어제 친구로부터 받은 과일을
베어물면서
어릴적 그 복숭아 통조림의 맛을
음미하려 한것 역시
퇴행의 징조는 아닐런지...
나의 개인사라는게
안정되고 고정적인게 아니고
늘 변수가 작용하는지라
여름지나 가을까지도 어쩌면
갈팡거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폭염과 그에 휘청이는 여름날보다는
훨씬 평온한 시간이 찾아올것을 믿는다.
집이 안나가는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정릉 붙박이로 살라는 얘긴거 같아
요즘은 그쪽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현상 유지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다.
돈이 좀 모이면 내년쯤에는
중고로 경차를 한대 마련할 생각이다.
여기 살면서야 딱히 필요가 없을만큼
교통시스템이 잘 돼있지만
어디 외곽이라도 나갈라치면
아무래도 자차만한게 없는것 같다.
이 가을은, 어쩌면 가을 지나 겨울까지는
그런 암중모색의 시간이 되지 싶다...
쓰다보니 잡탕밥이 되고 말았다...
그런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