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허상
21세기에 다시 읽히는 명작이 있다면 바로, '잃어버린 세대'의 작가 F.S Fitzgerald의 "위대한 개츠비"가 아닌가 한다. 21세기를 말하기 전에 20세기를 조명해본다면, 그것은, 전쟁과 기아, 과학과 물질의 시대로 요약될수 있다. 그 험란한 시대를 체험한 인류는, 다가오는 21세기가 '평화와 안정, 부드러움과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1세기는 미국의 911 테러와 함께 시작됐고 이어서 이라크전 같은 학살로 이어졌다. 거기다 과학은 이제 인간과 공존하기를 넘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이버문화'이다. 가상 공간 속에서 인간의 진실은 점점 실체를 잃어가고, 모든 것은 꾸며낸 것, 즉 허상일수 있다는 공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인류는 다시 1920년대 미국처럼 '잃어졌고' 갈 곳을 몰라 방황하고 있다. 인간의 힘이 가장 무력해진 시기에 물질과 과학은 극에 달해, 그 사이의 평형은 불가능해 보인다. 바로 이런 21세기의 시대적 분위기가 거의 한세기 전에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게 한다고 보여진다.
이제 "위대한 개츠비"를 주텍스트로 해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 나타난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비교 분석하기로 한다. 다시말해, '사랑'이라는 이름 으로 행해지는 온갖 탐욕과 위선의 행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역사적 기원은 17세기 초엽,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시작됐다. 신천지에 대한 기대감과 개척정신, 그것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영원한 젊음 (순수)에 대한 동경이 애초의 개념이었으나, 미국의 역사는, 결과적으로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퇴색해 갔고 이제 그것은, 물질이 곧 행복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로 집약된다. 여기서의 행복은 영원한 젊음과 부, 최고의 것, 사랑과 섹스 등을 포함하는데, 아메리칸 드림의 취약성은 바로 이런,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것들이 물질에 의해서 이룩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추구는 사실, 끝이 있을수 없고, 그것이 어느 정도 달성된다 해도, 그러고나면, 인간은 다시 공허감에 빠져 이전보다 더한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그것은, 추구하는 동안만 매력이 있는 것이지, 달성되는 순간, 곧바로 파국을 맞는다는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띈다.
결국, 현실을 외면한 영원한 허상의 추구가 아메리칸 드림이다. 현실이 끝나고 환상이 시작되는 지점, 그래서 궁극적으로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갈증,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자 비극성이다.
물론 여기서의 '물질'이란 단순히 '정신'에 반대되는 개념만의 것은 아니다. '정신'으로 보여지는 것들의 실체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물질적 측면을 띄게 마련이다. '
핏제럴드만큼 자전적 요소를 작품속에 직접적으로 투영한 작가도 흔치 않다. 그의 작품 가운데 특히 이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전형이다.
핏제럴드는 1896년 미국 중서부에서 태어난다. 후에, 아내가 되는 젤더의 사랑을 얻기 위해 뉴욕 (동부)로 가서 작가로서의 출세를 꿈꾸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점, 개츠비를 비롯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인생여로와 상당부분 닮아있다. 그렇게 해서 결국, 각고 끝에 '최고의 여자' 젤더와 결혼하지만, 젤더는, 사실, 핏제럴드에겐 '그리 좋은 여자가 '되지 못했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훗날, 딸 스코티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그것은, 작품속에서 닉의 말을 빌어 표현되는 데이지가 '개츠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는 여자'로 그려지고 있는 데서도 다시 한번 입증된다.
하지만 핏제럴드와 아내 젤더 세이어와 관계는 흔히 회자되는 식의, 전자의 일방적인 희생적 관계로만은 요약될 수 없다. 젤더는 핏제럴드의 초기작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녀 역시 작가이자 인정받는 화가였다.
개츠비는 이런 '최고의 여자' 젤더와 결혼하지만 그 결혼생활은 불행으로 치닫는다. 결국, 젤더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핏제럴드를 파멸시켜 알콜과 신경증에 시달리게 하고, 작품에선, 데이지가 , 무고한 개츠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처럼, 핏제럴드의 생애는, 그 스스로 요약한 것처럼, '최고의 것'에 도취된 끝없는 질주였으며, 한편, '본질적인 그 무엇이 결여된 상실의 생, 부유하는 생' 그 자체였다. 그것이 곧 '아메리칸 드림'의 속성이다. 물질에 기초해 부와 사랑, 영원한 젊음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제목의 'great'은 이중의 의미를 띈다. 어리석은 위대함이라는.
핏제럴드의 시대를 일컬어 흔히 '재즈시대'라 부르고 작가 스스로 내린 정의를 보자.
"그것은 대략 1919년 노동절 폭동시에 시작해서 유행에 뒤진 채 침대 속에서 죽는게 마음내키지 않는 것처럼 뛰쳐나와 1929년 10월의 저 참혹한 죽음을 감행한 10년간이었다"
핏제럴드는 또한 '재즈시대'를 일컬어 '아스피린시대'라 명명하기도 했는데, 요약한다면, 1차 대전 이후, 미국의 1920년대의 혼돈상을 말하며 문학사적으로는 '로스트제너레이션'으로 불리기도 하는 시대이다.
1914-1918까지 계속된 1차 대전은 세계의 젊은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정의의 실현이라는 꿈을 안고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미국의 젊은이들은, 전쟁의 참상과 실상 앞에서 최악의 인간성을 목격해야 했으며, 그것은, 정신의 부유와 존재의 상실감을 낳았다.
그후, 그들은 술과 파티, 돈에 탐닉한 생활에 빠져들었고, 일부 부유층이나 지식층의 젊은이들은 전쟁이 끝난 파리에 가서 환락의 날을 보내게 된다.
바로 이런 재즈시대가 그대로 그려진 것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자동차가 그 좋은 예로, 이 자동차 이야기는 작품의 초반부터 언급돼 마침내 개츠비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주요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당시의 자동차야말로, 1920,30년대 재즈시대 부유층의 상징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바로 그런 자동차사고에 연루돼 개츠비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연일 이어지는 파티 (환락)도 좋은 예인데, 초대받지 않은 식객, 부나비같은 군상 , 연극적인 대화들, 파티가 끝난 뒤의 허망함, 더러움이 그것들이다.
-"여름밤, 이웃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날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껏 푸른 정원에서는 남녀들이 속삭이고 샴페인, 그리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사이를 나방처럼 오가고 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대되지 않은 불청객이었다....개츠비의 저택에서 출발한 지 2분도 채 안된 신형 쿠페가 오른쪽 옆면을 위로 향한채 도로 옆 개천에 처박혀 있었고..."
그러나 이 시기는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쏟아져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핏제럴드를 위시해, 헤밍웨이, 포크너, 도스 패소스, 커밍스가 모두 이 시대의 작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된 주제는 역시 '상실'이었다.
이제. "위대한 개츠비"와 "인어공주"에 나타난 아메리칸 드림을 비교하기로 한다.
두 작품 모두,물질에 기초한 자기 파괴적 사랑을 추구한다는 공통적 이야기를 취하고 있다. 개츠비에겐, 데이지로 상징되는 부와 환상의 세계가 그것이고 인어공주에겐 영생으로 상징되는 지상의 왕자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들은 개츠비와 인어공주 스스로가 만들어낸 영원히 쟁취할 수 없는 환상이며 자기기만 (망상)에서 비롯된 허상들이다. 바로 여기서, 아메리칸 드림의 속성인, 현실을 외면한 허상의 추구가 보여지며, 그것의 끝은 행복이 아닌 파국이다.
두 작품 다 '이곳이 아닌 저곳에의 추구'라는 명제를 정해놓고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곳'은 한없이 남루하고 추레한 곳이어서, '저곳'으로 가야만 세련된 삶이 가능하고 대접받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물론 당장 괴로운 ‘이곳’을 부정하고자 하는 단순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리곤 그 상관물들을 ‘데이지’와 ‘지상의 왕자’라는 존재로 정하고 병적으로 집요하게 추구한다. 그래서 개츠비와 인어공주는, 성배를 찾아 고달픈 순례의 길을 떠난 순교자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상대를 신격화함으로써 자신 역시 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데이지를 묘사할 때나 인어공주가 지상의 삶을 동경할 때, 흰색(white,marble)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 둘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존재들과 결합하면 지복의 삶이 올 것이라 믿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우선, 데이지나 지상의 왕자는, 개츠비나 인어공주가 그 비싼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추구할만한 대상이 못 된다. 그리고, 추구한다 해도 손에 잡힐 대상들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구하는 동안만 그 대상에 대한 매력이 유지되고, 막상 취하게 되면 그 대상으로부터 멀어져 보다 더 심한 갈증에 시달려야 하는, 물질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그것이며 그것이 곧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래서, 설령, 그 대상들과 결합한다 해도, '지복의 삶'이 아닌, 파멸과 이별이 온다는, '현실논리'를 개츠비와 인어공주는 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의 미성숙함 또한 아메리칸 드림의 속성이다. 실제로 두 주인공의 많지 않은 나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는 '현실논리'를 따라 비극적으로 흐르게 되고, 결말은 예상한대로 개츠비와 인어공주의 파멸로 이어져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고 개츠비는 '불쌍한 개자식 the poor son- of- a- bitch'이 된다. 그리고 이 죽음은 본연의 자기공간을 이탈했음으로 해서 주어지는 처벌적 의미의 죽음과, 대상 상실에서 비롯된, 자학의 결과 (심리적 자살)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인어공주"는 독일 작가 푸케의 작품 "물의 요정 운디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환상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요정과 인간의 애달픈 사랑이라는 코드가 서로 적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제 작품 속에 나타난 아메리칸 드림의 실례를 보면,
우선 이탈심리가 있다.
개츠비와 인어공주 모두, 현재 자기가 있는 공간이나 환경이 아닌 '저곳'을 추구하는 부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허상을 추구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례이다.
개츠비를 비롯한 닉, 톰, 데이지 모두, 원래는 서부 출신이었다. 서부는 말 그대로,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이 깃들어있는 '처녀의 젖가슴' (green breast)같은 공간이다. 그런가하면, 인어공주는, 존재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물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둘은, 그런 현재의 상황에 따분해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며, 데이지가 사는 동부로, 왕자가 있는 지상으로 옮겨가길 꿈꾼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 닉의 입을 빌어 동, 서부의 차이가 잘 드러나 있다.
"...나에게 있어 중서부의 의미는 각별한 것이었다... 젊은 시절 가슴 설레던 귀성 열차나 꽁꽁 얼어붙은 겨울밤의 가로등 불빛, 그리고 썰매의 방울소리나 창밖으로 흘러나간 불빛이 눈 위에 던지고 있는 접시꽃 다발의 그림자들이 그것이다...그곳(동부)은 잿빛 평야다. 그곳에서는 재가 밀처럼 자라서 여러개의 능선이나 언덕 또는 기괴한 정원을 만들어내고 있다...조금 지나면 이 잿빛 땅과 그 위를 떠 다니는 음울한 먼지의 소용돌이 너머로 티 제이 에클박사의 눈이 보인다...(개츠비)/ ...막내는 조용하고 생각이 깊었다. 언니 공주들은 난파한 배에서 주워온 진기한 물건들을 보고 즐거워 했지만, 막내는 해님처럼 붉고 예쁜 꽃 외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오직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만을 탐냈다. 그 조각은 배가 침몰하면서 바다 밑으로 내려온 것인데 눈처럼 흰 돌로 조각된 아름다운 소년상이었다.(인어공주)
다음은 물질에 기초한 사랑이 똑같이 그려진다.
개츠비와 인어공주는 , 데이지와 지상의 왕자라는 이상형들에게 자신들의 온 생을 걸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물질에 대한 욕망에서 출발한다. 인어공주의 경우, 인간은 죽어서도 환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생의 욕구'에 시달려 결국 지상으로의 이동을 꿈꾸는데 이것 역시 인간세계의 언어로 환원하면 '물질에의 추구'라 볼수 있다. 개츠비가 처음 끌린 것은, 데이지의 궁궐같던 집이었다. 핏제럴드가 '그 집에 데이지가 있어 더욱 끌렸다'고 토를 달고 있음으로 해서, '물질에 눈이 먼' 개츠비가 역설적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개츠비는 그때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 집은 풍요로운 신비감으로 가득차 있었다...그리고 이미 끝나버린 케케묵은 로맨스가 아니라, 찬연하게 빛나는 신형 자동차나 아직 꽃들이 시들지 않은 무도회같이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로맨스가 감추어져 있을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공주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는, 막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빛에 물든 구름이 장미꽃처럼 붉었고, 저녁 별들은 어스름한 황혼 빛에 아름답게 반짝였다...곧이어 어둠이 밀려들자 배에 수백개의 화려한 등불이 밝혀졌다. 마치 공중에서 만국기가 나부끼는 것처럼 화려했다....선실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크고 검은 눈을 가진 젊은 왕자도 있었다. "
문제는 그런 ‘이상적 공간’속 인간들이 한없이 비루하다는 것이다. 데이지는, 남편인 부캐넌에게나 딱맞는 지극히 경박한 속성을 지녔고, 왕자 또한 인어공주에 대해 사랑스런 정부쯤으로 생각할 뿐이다.
"...정말 톰과 데이지는 무책임한 인간들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뭐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은 돈이나 자신들의 부주의, 또는 그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속으로 불쑥 숨어들어 버리는 인간들이었다. 자기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뒤처리는 모두 남들에게 맡기는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인어공주에 대한 왕자의 사랑은 어린아이에 대한 사랑과 같은 것이었으며 인어공주를 왕비로 맞는 일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물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이미, 자기가 추구하는 것이 본질적으로는 덧없음을 간파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행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존재의 비극성이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질에의 추구는 다분히 자기기만적 성격을 띈다. 아메리칸 드림의 기만성이 그것이다.
" '그건 돈으로 가득찬 목소리예요' 문득 그(개츠비)가 그렇게 말했다. 그랬다...높고 낮게 파도 타는 그녀 목소리의 그칠줄 모르는 매력의 비밀은 바로 그것이었다. 딸랑거리는 그 울림 그 심벌즈의 노래. 그것은 돈의 소리였다. 저 높은 곳 하얀 궁전에 사는 공주, 황금의 여인..../...'오 난 너무 행복해!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어. 너도 내 행복을 기뻐해 주겠지? 넌 내게 진실하고 헌신적이니까 말야'...왕자가 인어공주에게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인어공주는 왕자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곤 파국과 죽음이 이어진다. 개츠비와 인어공주는, 추구하던 대상들과 결합되는 순간, 그들의 배신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다. 자신들의 꿈에 의해 배신당하는 것이다. 꿈이 꿈을 배반하는 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이렇게 그들의 죽음은 본연의 자기(존재의)공간을 이탈한 댓가면서 동시에 대상 상실에서 비롯된 죽음-사랑하거나 집착하는 대상을 잃으면, 애정의 감정은 그 대상에게, 분노의 감정은 자신에게 돌려지는 것에서 비롯되는-이기도 하다.
또한, 정신분석적으로 본다면, '생(사랑)의 욕망이 그 절정에 달했을 때 인간은 죽음의 충동을 느낀다'는 프로이트의 생역학 이론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에 내포된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가 바로, 돈=성적인 매력,이다. 우선, 인어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는 그 자체가 성적으로 보여진다. 인어의 꼬리가 두 다리로 나뉜다는 것은 곧, 성교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츠비나 인어공주 모두, 자의든 타의든, 상당히 오랜시간을 들여 대상들에게 접근하게 된다. 다시말해, '금욕적인 방법'을 택하는데, 그것 역시, 한순간의 강력한 (폭발적) 오르가즘을 희구하는 잠재의식으로 풀이된다.
또한 인어공주의 혀잘림은, 라캉의 용어를 빌어 '내면이나 무의식의 욕망이 말해지는 수단'의 거세를 의미하고, 그것은 성적인 욕망의 거세와 갈구를 동시에 의미한다 볼 수 있다. 수없이 언급되는, 돈으로 가득찬 (허위) 데이지의 목소리나 톰의 정부인 머틀의 비참한 죽음 (한쪽 가슴이 노출된 채 찢겨나가고, 입은 벌어져..), 톰의 몸을 묘사할 때 상기되는 페니스, 인어공주의 긴 머리 같은 것들이 성적 상징물로 읽힐 수 있다.
그런가하면, "위대한 개츠비"와 "인어공주"엔 '분홍' '붉은'의 색감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붉은 계통의 색감이 흥분이나 성적인 동경, 쾌락을 의미한다는 것은 인지된 사실이다.
이처럼 두 작품은 차이보다는 유사성을 많이 가진 작품들이다.
즉, 자기의 허상에 배반당하는 존재의 비극성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꿈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그 존재가 순수함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순수와 타락'이 두 작품의 큰 테마를 이루고 있으며 , 통시대적인 명작으로 자리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핏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전체 이미지를 엘그레코의 그림에 비유하면서, 인간과 세계의 부조화, 단절감, 부조리함을 강조하고 있다.
" ...그것은 엘그레코가 그린 야경처럼 보인다. 음산한 하늘이 덮여있고, 빛을 잃은 달 아래에, 평범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이상하기도 한 집들이 수백채 웅크리고 있다. 야회복을 입은 엄숙한 표정의 네 남자가 들것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 들것에는 흰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술에 취해서 누워있다. 그리고 들것 옆으로 늘어뜨려진 그녀의 손에는 몇 개나 되는 보석들이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다. 남자들은 조용히 어떤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집을 잘못 찾아갔다. 누구 한 사람 그 여자의 이름도 모르고 있고,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
그런가하면, 보들레르의 시, '세상밖이라면 어디든지'역시 비교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인생은 환자마다 침대를 바꾸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힌 병실이다. 어떤 자는 난로 앞에서 앓았으면 하고, 어떤 자는 창 곁이라면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있지 않은 곳에서는 항상 좋을 듯 하다. 이 이주의 문제는 내가 항상 내 넋과 다투는 문제다..."
개츠비는 과연 세상 어디를 향해 미소지었을까?
"그것은 일생동안 너댓번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할듯한, 상대로 하여금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보기 드문 미소였다. 잠시동안 나는 그가 전세계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참고자료-/<위대한 개츠비>,청목. 2001 /<어른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집> 현대지성사, 2001/<F.Scott Fitzgerald 연구> 한신문화사 , 1993/ <Cliffs notes on Fitzgrald's The Great Gatsby> / <F.Scott Fitzgerald> Kenneth Eble /<Modern Critical Interpretations The Great Gatsby>. Chelsea House Publishers/<프로이트와 한국문학 >일조각, 2000 /그 외 다수의 인터넷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