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으로...

by 박순영

꽤 오래까지 늦게까지 책상 물림을 해서 그런지

집에 책상잉 몇개 있긴 하지만


정작 거기서 책을 보는 일은 드물다.

예전에는 꼭 책상앞에 의자를 바투

끌어다 앉아 책을 대여섯권 쌓아놓고

읽는걸 당연시했다면



이제는 종이책 넘기는 것도 귀찮아

대부분 전자책으로 보고,

그것도 누워서 무릎을 세워

하복부와 허벅지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보는일이 다반사다.



방만해진 생활패턴 탓도 있지만

이제는 격식을 차리는게

너무나 귀찮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과

꼭 책상앞에 붙어앉아 책을 읽어야

더 잘 읽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가능한한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어릴때도 소탈하게나마 나 편한 위주로

살았다 생각했지만

그때는 이래저래 남의 눈에 나를 맞추려고

부단히도 노력한 거 같다.

그게 다 부질없는데도...


해서, 포멀한 모임에는 (모임도 거의 없지만) 이젠 아예

나가지를 않고

가능하면 혼자 놀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따금 타인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때는 톡도 날려보고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해보고

남들 하는 건 다 해보는 식인데


그러고 나면, 의례적 안부의 말 정도 외에는

돌아오는 게 없어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그렇게나마 연을 이어가는 것이기야 하겠지만.


어제도 이렇게 누운 상태로

일을 한참 하다보니

집안에 굳이 책상이 필요하랴 싶은 생각이 들어


얼마전에 큰 돈내고 지른

뷰로데스크도 중고마켓에 내놓았다.

반응은 시들하지만 그런들...


예전 어떻게 밤새워 새벽까지

그 불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글을

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젊음이었을까...그것이....


창밖으로 여명이 밝아올때까지

밤을 새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읽던

그 많은 책들은 지금 서재 책장에서

조용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뿐인데...



이제는 늘어지는게 좋고

웬만하면 패스패스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러다가는 ai에게 대신

작품을 쓰라고 하는거나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까지 하다



좀처럼 물러날줄 모르는 더위를 보며

저것도 어쩌면 여름이 그나름의 근성을

부리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성...

그것도 다 젊고 패기있고 희망이 있을대나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겟다.


이젠 그저 바람 속으로

조그맣게 나있는 도랑을 따라

천천히 '그곳'으로 한걸음한걸음 옮겨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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