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우리는

by 박순영

멀쩡히 내 옆에서 운전만 잘 하던

남친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하차했다.


그리고는 한시간 이상을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바심내서 연락하는 걸 싫어하는 터라

나는 한참 걸려 전화를 했고


다 죽어가는 남친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냥 차 안에 있어'라고.

의식이 소실돼간다는 느낌이 확연했다.



안되겠다 싶어, 행인에게 차를 파킹 시켜달라고 부탁을 하고

119에 전화, 구급대원들과 언덕길을 수색하는데



'저기 계시네요'라는 파킹 시켜준 그 행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내려가보니, 어느집 철대문 앞에

식은땀을 있는대로 흘리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남친이 보였다.



앰불런스에 실려 가는 동안 그는 의식을 점점 잃어갔고

차는 우리를 강북 s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다주었다.

거의 절망적이었다. 이름도 말하지 못하고

사지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러나 응급처치를 받고 두어번 구토를 한 뒤

남친의 의식은 점점 돌아왔다.

그러나 정밀검사를 위해 하루 이틀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입원실로 옮긴 뒤 기운과 의식을 차린 남친은

금방이라도 퇴원할 정도로 호전되었고

심장 초음파를 찍는다는 말에

우리 둘다 그저 요식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심근경색'이었고 카데타라는 걸 손목 동맥을 통해

심장까지 넣어 혈관 상태를 본 뒤



스텐트, 약물 풍선 시설을 총 다섯개나 넣었다.

그덕에 수백의 돈이 나갔지만

'그나마 약하게 와서 산거'라는 주치의의 말에

이런게 '천운'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퇴원하고 오는 길에

남친에게 한 말이

'차라리 기회였다 생각하자'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단순 체기로 판정 받았으면 그 심장은 언제 막힐지 몰라

생사를 오가거나 살아도 장애를 가진채 살았을것을


도움을 준 그 행인과, 빛의 속도로 와준 구급대와 경찰,

그리고 적절한 응급 조치와 주치의의 날카로운 예지력과 판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불운을 빗겨가게 한 것이다.



해서 가을 깊을 즈음,

그날 먹으러가던 수제비를 먹자고 할 참이다.

우리 그때는 그랬지, 하며 빨리 '옛말'이 되었음 한다.



한가지 아쉬운건

파킹에, 의식이 소실돼가는 남친을 찾아준 그

행인에게 사례를 못했다는 것이다.

전번은 받았지만 깜빡하고 저장을 하지 못했다..



천운으로 그와도 다시 연락이 닿아서

적절한 사례와 후일담을 들려주고 싶다.


모두에게 감사하는 가을 초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