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는 시간

by 박순영

산에 다녀오면 작은방에서 선풍기를 조금 쐰다.

샤워후 물기와 땀 제거를 위해서다.



그런 다음 컴을 한시간 정도 한다.

그리고는 낮잠에 들어가는데,


자다보니 꽤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염치도 없이 길기만 하던 여름도

이제 성큼성큼 뒷걸음질 한다.

그러다보니 방금 다녀온 뒷산이

가을빛으로 물드는게 떠올랐다.


뒷산은 10월말에서 12월까지가 장관이다.

물론 본격적 겨울인 1월에야 말할것도 없지만



만추의 산은 오르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린다.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낙엽들이며

하나둘 옷을 벗는 나무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들...


여기 살다가는 서울 다른 곳으로 옮기질 못하는데

그건 일단 집값이 확연히 싸고

두번째 이런 정취를 느낄수 없기 때문이다.


이사갈 곳에 산이 하나 있긴 하다는데

계단이 많다고 해서 썩 내키지가 않는다.

계단 공포증도 있고 무엇보다 흙을 밟으며

올라가야 산의 진미를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 작은방에서 여름 낮잠이불을 끌어올리며

이제 겨울이불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눈 내리는 그즈음,

나는 과연 여전히 여기 있을까?

내가 없는 이곳에 나를 만나러

그(그녀)가 오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