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아무렇지 않은 이별

by 박순영

머리가 묵직하고 지끈거리는게

습도가 높긴높은가 보다.



침실 창밖으로는

아직도 비가 내리는거같다.



웬일로 장시간 내리는 비 덕에

두통은 왔지만

마음속 찌거끼는 많이 씻겨가는 느낌이다.



오늘은 새벽일찍 깨서

아침을 5시에 먹었더니

벌써 배가 출출해서

어쩌나,하다가

귤 두개를 탄산수에 먹었다.

오늘 점심은 이정도면 됐다.



언젠가 대학로에서 여고동창을

오랜만에 만나 잔뜩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어디가서 커피 해,라고 해서

방통대 근처 까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우리 귤 먹자,하고는 친구는

귤을 잔뜩 사려고 해서 내가

짜증을 부렸다.

우리 점심 많이 먹었잖아....



그날 그래서 귤을샀는지 안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점심을 잔뜩 먹어놓고

또 먹자는게 왠지 거슬렸다.

적당히좀 하지, 라는 생각?


사실 그 친구는 욕심이 많다면 많은 편이고

어느 모임에서든 꼭 주도를 하려하고

그런 부분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이후로 그 친구와는 드문드문 연락을 하다

서로 덮을수 없는 '사건'으로 완전 절연이 되었다.

그리고는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내가 친구를 그리워하지 않는것처럼

그쪽도 그런거 같다.

우린 이렇게 평행선을 따라갈거 같다.



살다보면 이런 관계도 있다.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오히려 홀가분한?



악연까지는 아니어도

호연도 아니라는 얘기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만들게 되는 관계는

이런 중성적 칼라neutral color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두통을 핑계로

오늘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느린 하루를 보내려 한다.

관계에 따르는 얽힘, 미련, 회한 따위는

내리는 빗속에 모두 흘려보내고...



아주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가장 큰 신뢰를 깰수도 있다. 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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