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밤의 이별

by 박순영

난주는 눈이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다. 현수가 현규대신 들어설 때 까페 안은 거의 비다시피했다. 난주는 곧바로 현수를 알아보고 생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한다.

"형은 많이 바쁘대?"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뜨거운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묻는다. 아니, 묻기 보다는 그리 짐작하는 눈치다.

"네..새 프로젝트 들어갔다고.."

하고 현수는 괜히 멋적어서 두리번거린다.

''너도 레몬차 할래?"

난주는 보란듯이 자신의 레몬차를 한모금 마신다.



잠시후 주인은 현수의 레몬차를 갖다주고 돌아간다.

"요즘 왜 안와요 집에?"

그말에 난주는 희미하게 웃는다. 아니, 웃는지 서글픈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알잖아 왠지..."라면서도 그녀는 자기 왼손 약지의 커플링을 만지작거린다.



그때 난주의 전화가 울린다. 액정을 보는 그녀의 눈이 반짝이는걸 현수는 놓치지 않는다.

"형...이예요?"

"응..."하며 상기된 난주는 일어나며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는 구석으로 가서 혹시나

자신들의 통화가 들리기라도 할까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현수는 자신의 레몬차를 맛본다. 달달한 보통의 그맛이다. 그는 가급적 천천히 마시려 한다. 빨리 마시면 난주는 나가자고 재촉을 할테니까..


"형 온대요?"

난주의 낯빛이 금세 어두워진다.


2년전,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형 현규가 만났다는 이 여자..형은 저돌적으로 난주에게 접근했고 급기야 두집안 상견례까지 마쳤다. 하지만 약혼무렵 형은 갈등했다. 예전 '그녀'의 귀국으로 형 현규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약혼은 치러졌고 이제 난주는 현수의 어엿한 예비 형수가 되었다. 그런데 현규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눈치다. 남자의 변심에 무감하지 못한 난주는 애면글면하면서도 현규가 자연스레 자신에게 돌아오길 기다리는 눈치다...



"너 요즘 영어공부 해? "

뚱맞게 난주는 현규의 영어실력을 들먹인다. 형의 권유이자 강권으로 난주에게 잠시 영어과외를 받은적이 있는 현수는 난주의 그런 질문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 군대가요. 영장나왔어.."라며 현수는 이젠 무슨 맛인지도 모를 레몬차를 훌쩍인다.

"벌써? "라며 난주는 신기하다는듯이 현수를 빤히 바라본다.

"왜 그렇게 봐요?"

"우리 현수가..."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우리 현수...꼭 어린애 부르듯이"

부루퉁해하는 현수가 재밌다는듯이 난주가 피식 웃는다.

"너 많이 컸다"

"..."



현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눈내리는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오묘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가서 맥주 할래요?"

"나, 일하다 나왔어"

언제나 자신에게는 곁을 주지 않는 난주다. 일하다 나오긴...현규를 만나러 나왔으면서...



난주는 사무실이 들어있는 5층짜리 건물로 들어가다말고 힐끔 돌아본다.

현수는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한다. 그러자 난주는 손을 살짝 흔들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현관 센서등이 반짝한다. 그 불빛이 꺼질때쯤 현수는 옷깃을 여미고 돌아선다.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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