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욕망의 삼각형

by 박순영

난 얼글이 검은 편이라

원색계열, 이를테면

노랑 빨강, 이런게 영 어울리지를 않는다.


지금 온라인 몰에서

빨간 경량패딩, 것도 중국에서 오는걸

유심히 보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빨간아우터를 입은

아주 어여쁜 젊은 아가씨를 보았으려니 한다.

이러다 '욕망의 삼각형'이란 지라르의 이론이 떠올랐다.



타인이 욕망하는걸 나도 따라서 욕망한다,는.

그렇다면 그에 대해 나역시 일정한

욕망을 갖고 있다는 건 아닌가.


예전 대학시절, 같이 스터디를 하는 친구중 하나의

집에 갔었다. 그 친구는 신경이 안좋아

자주 휴학을 하곤 했는데

친구 방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나는 내방이라고 따로 있지도 않았던터라

친구의 널찍한 방과 엔틱하면서 큰 책상을 보는 순간,

나도 갖고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후로, 집을 아파트로 옮긴 다음

나는 친구책상 만한 커다른 책상을 구입해서 놓았다.

물론 그 책상에서 책을 보거나 하는 일은 드물고

대신 밥상을 펴놓고 쪼그리고 앉아 읽고 쓰고를 했다.


그 습관은 여태 이어지고 있다.

멀쩡한 책상을 놔두고, 그건 그야말로 폼으로 두고

나는 가로 60이나 80짜리 이동식 사이드 테이블에서

주로 책을 본다.



그런데, 나는 당시 표현은 안했지만

그 친구를 은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학원을 타교로 가면서

본교로 올라간 그 친구와는 멀어졌고


몇년이 흐른후,

그러니 내가 젊은 이혼녀가 되었을때

같은 스터디그룹의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서

그 친구를 보게 되었다.


대학시절, 스터디를 같이 할 때는 전혀 내색을 않던 친구가

그때는 다정하고 나이브하게 말을 걸어왔고

자신은 현재 2년제 대학에서 영어강의를 하고 있다고까지 하였다.

나의 가슴은 뛰었지만

나는 이혼녀라는 자격지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그냥 헤어졌다.



지금은 그로부터 수십년이 흘렀고

친구도 분명 가정을 이루고

역시 분명 교수님이 돼있을 것이다.

워낙 명민한 친구라...



어울리지도 않는 원색의, 것도 빨간 경량패딩을 욕구하는걸 보면서

문득 나는 오래전 그 친구를 이렇게 추억해보았다.



그의 삶이나 그가 욕구한 것들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소유되고 이루어졌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도 커다랗고 엔틱한 책상에서

원서에 파묻혀 있길...



vintage-office-4018107_1920-1024x683.jpg googl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