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 분리배출을 하러 양손에 쓰레기를 잔뜩 들고 현관문을 나서자
이제 초등1쯤 돼 보이는 검은 패딩을 입은 남자아이와 그 엄마가 나란히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눈에도 아이는 매우 똘똘하고 영민해보였다.
내가 자식이 있었으면 지금쯤 시집장가를 보냈을텐데...하고는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데
엘베문이 열리자 엄마는 아이 등을 톡톡 다독이며 잘 갔다와,하고는
같이 타지 않았다.
아이는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보다 먼저 엘베에 탔고
짐을 잔뜩 든 내가 더디 탈까봐 문을 붙잡아주기까지 했다.
신통한놈...
워낙 오지라퍼인 나는 말을 걸고 싶었지만
아이가 꾹 다물고 있는 입을 보자 말이 쏙 들어갔다.
이제 열살도 안된 엘베에서 엄마와 헤어지고 혼자
엘베를 탄다는 사실부터가 내게는 대견하고 신기했다.
1층에 도착하자 아이는 서둘러 내리다 머뭇, 내게 먼저
내리라고 했다.
"아냐. 먼저 내려"하자
"네"하고는 아이는 재빨리 내려서 복도를 뛰어갔다.
아마도 좀 늦은 모양이다..
분리배출을 하면서도 그 아이 생각이 계속 났고
그애 부모는 얼마나 든든할까, 부러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나가는 동안
힘든일이 있다면 분명 기쁨과 보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오늘처럼 진지하게 해본적도 없는거 같다.
되도 않게 결혼이란 제도를 허위며 위선이라고
거들먹거려온 나의 허위와 위선을 다시한번 되돌아본 계기가 되었다.
이제 9시니 녀석은 헉헉대며 교실 자기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으리라.
그리고는 분주히 가방에서 책이며 노트를 꺼내겠지.
나도, 아이가 목에 했던 패딩 목도리를 하나 사고싶다.
아이들은 분명 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