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언니

by 박순영

언니와 나는 네살터울이다.

어릴적 언니는 자기주장이 강했어서

부모님과 자주 부딪쳤다

그런가하면 나는 겁이 많다보니

그저 순둥순둥하기만 하였다.



그때 억압된 에고가

지금 지리멸렬하게 발산되고 있는거 같다 ㅎ



그리고 언니는 지금 서울 아닌

청주 외곽에 전원주택을 짓고 산다.

가끔 언니 sns에 들어가보면

품이 넉넉한 일바지차림의 형부와 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땅을 일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이나이가 되도록 아이티를 벗지 못해

엄마 생전에는 당연히 '애기'로 통했다.

그걸 지독히도 싫어한 언니지만

최소 '막내' 대접은 해준다.

누가 들으면 형제가 여럿인줄 알겠지만

세상에 단둘이다...ㅋ



언니는 누가봐도 맞이티가 나고

나는 누가봐도 막내인걸 금방 알아낸다...

그런 언니가 지난 8월 내가 코로나를 앓은 이후

많이 유화적으로 변했다.

해서 예전같으면 혼쭐 낼 일도

한두마디로 끝내주고

어떤때는 어리광을 받아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엄마는 널 사람을 만들어놓고 가셨어야지..'라며

툴툴대지만그 말속에서 혈연만의 정이 느껴진다.


그런 언니가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게 있는데

내가 작가라는 것이다.


비록 큰돈을 벌거나 이름을 널리 알리진 못했지만

글을 팔아 살아왔는데

"니가 결혼생활을 제대로 해봤어.

애를 낳아봤어...

넌 작가 아냐. 인생을 모르잖아"라며 허구한날

나를 개무시한다.

그젠가, 전화로 "언니 눈이 왜 안 와"라고 했더니

"팔자 좋다. 맨날 집에서 늘어지니 날씨 타령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서 "나 글쓰잖아"했더니

"오, 그러셔.."라며 비아냥댔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형제한테까지 굳이 인정받고 살 필요야...

언니한텐 그저, '가만 놔두면 사고나 치는 동생'인 것으로 족하다.



엄마 계실땐 언니와 많이 소원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엄마 가시고나니 역시 세상 의지처는 피붙이 뿐이라는걸 느꼈다.

그런데 내가 내 성질을 이기지못해 '사고'하나를 치는 바람에

지금 형부, 조카들과는 거의 남이 돼버렸다.

그래도 언니만은 여전히 언니로 남아있다.


요즘 젊은 커플은 아이없이 살거나

낳아도 하나인 경우가 많다는데

물론 그럴 경우 나중에 재산다툼같은 지저분한 일은 없으니 그런면에선

좋을지 모르나 아이가 크면서, 혹은 부모가 모두 세상을 뜬 뒤에 아이가 느끼게 될

공허함, 외로움, 의지가지없음이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아무튼 내게는 비록 멀리 있어도 혈연이 있고

그것에 감사한다.

해서 아까 천변에서 첫눈을 대면하고 제일 먼저 톡을 날린 상대도 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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