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의 연애

by 박순영

현우는 승희가 한참 어려울때 도와준 친구였고 '니마음이 다 오지 않아도 돼 .그냥 천천히 나한테로 향해만 줘'라며 청혼을 하였다.


현우와는 대학시절 교내미팅으로 만났고 허구한날 수업을 빼먹고 농구코트에 매달려잇는 그를 찾아가 잔소리를 해대다보니 어느새 이게 '썸'인가 하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졸업때까지 서로 손한번 스친적 없이 둘은 떨어졌고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승희의 sns로 디엠이 날아왔고 그렇게 둘은 세월을 건너뛰어 학교 근처 까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현우는 대학시절이나 다름없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돗수높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야, 너 아줌마 다 됐다"라는 그의 말에 승희는 눈을 흘겼지만 이내 둘은 대학시절 서로 토닥이던 시절로 돌아갔다.

비록 '썸'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로 알고 지낸 그 길다면 긴 시간속으로.


"넌 결혼 안해?"

누구랄것없이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물었다.


현우는 중학교 여교사와 거의 결혼까지 갔는데 그쪽 집안에서 30평짜리 아파트를 해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깨졌다고 했다. 선생이 벼슬이냐?라며 끌끌 혀를 차는데 그의 뿔테 안경이 살짝 흘려내린다. 그것을 승희가 다시 치져 올려주며 "잘좀하지 그랬어'라고 말하자 "넌 누구 없어?"라고 현우가 물어왔다.



당시 승희는 잠시 일한 방송 스크립터시절 알게 된 조연출 k와 짧고도 강렬한 연애가 끝나가고 있던지라 살짝 미소만 흘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k는 어느날 새벽 전화를 해서는 이별을 통보했다. 얼떨떨해하는 승희에게 "우린 안 맞아"라고 짤막하게 던지고 그는 그 다음날 신인여배우 m과의 열애설을 터뜨렸다. 그동안 그가 양다리였다는걸 아는 순간 승희는 방송계 자체가 지겨워져 스크립터일을 내던지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몇번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들에 면접을 보기도 하였지만 20대 후반에 내세울만한 사회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였다.

그러다 동네 보습 학원 영어강사 자리를 간신히 얻어 입에 풀칠을 하고 있을때 현우는 힘이 되주었다. 학교때는 그렇게 수업도 빼먹고 농구며 당구에만 열중하는거 같았지만 그는 대기업에 보란듯이 다니고 있었다. 승희의 밀린 월세를 몇번 내주기도 하였고 저녁을 산다며 학원으로 찾아와 수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였다. 승희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자기를 좋아하냐고...


"우리 결혼할까?"라는 그의 말에 승희는 "어머 얘좀 봐"라며 깔깔 웃었다. 결혼.....그날밤 승희는 내내 그말을 곱씩었다. 현우와 자신이 예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가고 한집에서 살면서 살을 섞고 아이를 낳고 산다는게 왠지 현실적으로 와닿지를 않았다.


그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다시 조연출 k로 부터 연락이 왔다. 그것도 술이 잔뜩 취해...

k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승희는 그 자리가 거북하기만 하였다. 여배우 m과는 헤어졌다며 그는 승희에게 다시 시작할수 있겠냐고 의사를 타진해왔다.

그때쯤 이미 현우가 승희의 마음에 자리 할때쯤이라 승희는 적잖이 당황하였고 대답을 기다리는 k를 놔두고 서둘러 까페를 나왔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다. 겨울끝 춘향이 묻어있는 바람이었다...그리고 일주일후 그녀는 k의 오피스텔 벨을 눌렀다.

하지만 다시 만난 둘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횄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않고 서로 식성마저 달라진것 같다. 그대로인것 그와의 섹스뿐.



"이제 그만 헤매고 나한테 와"라며 현우가 그동안 금테로 바뀐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러고는 둘은 주말에 동해를 같이 보고 오기로 약속한다.


중고긴 해도 현우의 차는 소형 suv 였고 제법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고 있었다."편히 가"라며 현우는 승희의 보조석 시트를 뒤로 한껏 젖혀준다.

그렇게 3시간을 달려 둘은 동해에 도착했고 바다에 왔으니 당연 회를 먹어야 한다며 둘은 광어회를 시켜 먹었다. 서로의 입가에 묻은 초고주장을 닦아주며 둘은 대학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

현우는 꽤나 조심스럽게 둘의 '첫밤'을 제안한다.

"오늘 다시 서울로 가려면 니가 운전하기 힘들지?"라며 승희는 에둘러 동의를 한다.



그리고는 들어선 바닷가 펜션 그방.

현우는 방에 들어서며 불을 키려는 승희를 갈급하게 품에 안았다.

"숨막혀..."라는데도 현우는 그녀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어색한 키스가 끝나자 현우는 또 다급하게 그녀의 옷을 벗겨낸다.

"내가 벗을게"라며 승희가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푸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현우가 블라우스를

찢어버린다. 그리고는 난폭하게 승희를 안고 침대에 쓰러진다.

"이러지 마...천천히.."라는데도 그는 급히 승희의 바지를 벗기고 자신의 남성을 승희안에 밀어넣는다. 전희가 생략된 무조건적인 '삽입'에 승희는 비명이 터져나오는걸 간신히 참는다.



잠시후, 펜션문을 열고 승희가 뛰쳐 나온다.

주섬주섬 옷을 꿰어입으며 그 뒤를 현우가 뒤따라 나온다.

"미안"하고 현우가 승희의 팔을 잡자 승희가 "그게 아니고" 라며 가까스로 입을 뗀다.

"천천히 할게 니 말대로. 미안.."하고 그가 뒤에서 승희를 안으려는데 승희가 저만치 물러서며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아 너하곤..."하고는 지나가는 빈 택시를 불러 그대로 타고 가버린다.

현우의 갈급한 섹스가 문제가 아닌, k와 관계할때 느껴지던 그 자연스러움, 행복감, 그런것이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승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가씨 왜 울어요?"라며 장거린데도 미터요금으로 가주겠노라 한 택시기사가 룸미러를 힐끗거리며 물어온다.

"아녜요 아무것도"라고 말하지만 승희는 그순간 k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


택시는 그렇게 밤바다로부터 점점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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