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

by 박순영

경수는 아침 일찍, 아니, 새벽에 걸려온 윤주의 전화에 은근 짜증이 난다. 안그래도 전날 늦게까지 야근하고 파김치가 다 돼서 집에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잠을 잤는데 몇시간 자지도 못하고 깼기때문이다.


"뭐? 지금? 나 회사는 어떻게 해?"

윤주는 다짜고짜 여행을 가자고 하였다. 답답하다고.


둘은 대학시절 , 이웃한 학교에 다녔고 어느날 윤주가 친구와 경수의 학교에 놀러갔다가 만난 케이스였다. 그날 마침 학기말 시험이 끝난 날이라 경수는 농구친구들과 소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고 놀러온 옆대학 윤주가 그걸 구경하다 만난것이다.

그들은 학교의 같고 다름을 떠나 '청춘'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졌고 대학 근처 호프집에서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친구먹기를 하였다.


그렇게 알아온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둘다 결혼할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일련의 일들로 헤어지고 여태 둘다 솔로의 삶을 살고 있다. 해서 가끔은 서로에게 매치메이커도 돼주지만 나이 서른넘어 소개팅이란게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 원고 지금 끝내고 보냈거든...바다 보고 싶어"라고 운주는 재차 여행을 우겨댔다. 경수는 그렇게 그녀의 강권에 떠밀리듯 월차를 내고 그녀와 함께 동해로 출발했다.

"뭐야 샐러리맨한테 회사 빠지라고 하고"툴툴대면서도 그는 연신 가속 페달을 밟아댄다. 안그래도 요즘 거래처와의 마찰, 윗선의 계속되는 압력에 '이놈의 회사를 때려쳐?'라며 안그래도 사직서를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던터라 윤주를 핑계삼아 그도 그렇게 하루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셈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그날, 둘은 간단히 회와 매운탕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윤주의 바람대로 질리도록 바다를 감상한뒤 돌아오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윤주는 끈금없이 '내일 일찍 가면 안돼?"라며 1박을 원했고 둘이 여행은 같이 다녀봤지만 죄다 당일치기였던지라 경수는 선뜻 대답하질 못했다.

"그럼 넌 올라가. 난 하루 자고 갈까 할게"라며 그녀는 완강했고 계산을 해보니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하면 회사에 늦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와서 경수도 그러자고 동의를 하였다.



그렇게 들어선 펜션엔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 10센티 두께의 얄팍한 매트리스며 나란히 놓인 낮은 베개들을 보면서 둘은 서로가 어색해졌다. 경수는 구석의 한짝짜리 여닫이 옷장을 열어보고는 '여분 이불이 없네'라며 투덜대는 시늉을 한다.

순간 윤주가 깔깔댄다.

"야 , 우리가 한침대에서 잔다 한들 뭔 일 있을라구?"

그말에 경수는 괜히 멋쩍어서 자기 머리를 벅벅 긁어댄다.

그럻게 둘은 차례로 샤워를 마치고 챙겨온 잠옷을 입고는 나란히 침대에 눕는다.

"왜 우린 10년넘게 손한번 안잡았을까?"

경수가 용기를 내서 무드를 잡아본다.

"너 쓸데없는 짓 하면 죽인다!"라며 윤주가 벽을 향해 돌아눕는다.

"너 무슨 상상하는거야"라며 경수도 그녀와 등을 맞댄 자세로 돌아눕는다.

그러고 있자니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너 해봤냐?"

경수는 여태 그게 궁금하다. 물론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가 있었기에 윤주가 아직도 '첫경험'조차 못했다는 생각은 그리 들지 않지만 그래도 왠지 윤주는 '안했을거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게 사실이다. 이성동성을 막론하고 걸걸하게 대하는 태도가 이성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라.죽인다 그런말 하면"

"알았어"라고 이번엔 윤주의 널따란 등을 보며 그가 돌아눕는다. 브래지어끈이 얇은 면티아래에 살짝 흔적을 드러낸다.순간 경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윤주의 브래지어끈을 탕 튕겨본다.

"죽을래?"

거의 반사적으로 윤주는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베개로 경수에게 가격을 한다.

"알았어 알았어"

경수는 죽어라 비는 시늉을 하고 둘은 그제야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잤을까, 경수는 자기 아랫도리에 자극이 가해지는걸 느낀다. 뭐지? 설마? 하고 눈을 뜬 그는 윤주가 자신의 남성을 만지작거리고 있는걸 보게 된다. 이게 미쳤나...그래도 그는 아는척을 할수 없어 그대로 자는척을 한다. 하지만 윤주는 그이상 나아가지 않고 다시 그의 남성을 팬티속에 넣고 파자마를 올려준다. 얘 뭐하는 거야...

순간, 도발된 경수는 냅다 윤주를 덮친다.


"너 다신 안본다"

올라오는 길에 윤주는 내내 입이 댓자로 나온채 툴툴거렸다.

"지가 먼저 해놓고"

"내가 뭘..."

그게 '무엇'이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윤주의 그 과감한 행동이 여태 놀라울 뿐이다.

"우리 서로 퉁쳤으니까 이걸로 다신 이 얘기 안하는거다?"

"내가 뭐."하다 보니 경수가 윤주의 브래지어끈을 갖고 논게 떠오른다.

"알았어..."라며 그는 출근시간을 체크하고는 가속 페달을 밟아댄다.



윤주는 미친놈, 그지같은 놈,을 연달아 내뱉으며 싸늘하게 경수를 쳐다본다.

"정말이야?"

"개아들같은 놈"

윤주가 임신했다는 말에 경수는 어안이 벙벙하다.. 속된말로 '원샷원킬'이 된 셈이다.

"미안해..근데, 너 왜 그랬어? 왜 내..거기 만졌어? 하자는거 아니었어?"

"미친놈..니가 자꾸 들이댔잖아 자는데"

"내가?"

경수는 아예 기억이 없다. 그런데 윤주 말을 들어보니 자기가 계속 자신의 발기된 남성을 윤주의 등이며 엉덩이에 문질러댔다는 것이다.

"그럼 어뜩하지? 아기 지우냐?"

"다신 너 안봐"하고 윤주는 까페를 뛰쳐나간다.


결혼 피로연에서 하객들은 이미 빵빵하게 불러온 윤주의 배를 보며 덕담인지 농인지를 한마디씩 해댄다. 윤주는 얼글이 화끈거려 그때마다 경수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꼬집고 난리다..

"나 , 애낳고는 이혼할거다"

둘이 애를 만든 그 동해로 신혼여행을 가는동안 윤주는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경수는 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너 처음이었지 그날? 웃겨 증말.나이 서른 넘어서는..."하고는 배를 잡고 깔깔댄다.

"죽을래?"


둘을 태운 차앞으로 저만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동해가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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