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는 현수의 결혼소식을 포털에서 접하면서 아득해진다...헤어졌어도 다시 만날거라고 생각해온 그이기에 상희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너한테 신세진건 언젠가 꼭 갚는다"고 했지만 상희는 그런 현수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에게 넘어간 돈을 깨끗이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래도 영이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현수는 이따금 안부문자며 메일을 보내왔고 더 가끔은 전화도 걸어왔다. 그것도 한밤이나 새벽에...그러다 다시 만나지겠지, 상희는 그렇게 믿어왔다.
독립예술 영화쪽에서는 그나름 해외 영화제에서 큰상도 받은 현수지만 국내 상업영화판에서는 신출내기나 무몀에 다름없었다. 해서, 상희는 그가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영화는 취미정도로 했으면 했다. 아니면 아예 영화를 포기하고 자신의 까페일을 봐주든가 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수는 오랜 무명기간을 거치며 오기와 독기만 늘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상희의 돈을 끌어다 첫번째 상업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그 일이 빌미가 돼서 둘은 잦은 갈등을 빚다가 헤어지게 된것이다. 그러면서 한 얘기가 "니 돈은 갚는다"였다.
하지만 그 상태로, 언제부턴가는 그의 안부전화나 문자도 끊어졌고 용기를 내서 상희가 연락을 하면 현수의 전화는 늘 자동응답으로 돌려졌고 해서 그냥 끊기를 몇번, 결국엔 그녀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둘의 이별이 와닿지 않았고 , 그야말로 '길모퉁이 돌아서면 '언제가 만나게 될 그런 사람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2년이 흘렀다.
그리고는 바로 오늘 그녀는 포털에서 그의 결혼기사를 접한 것이다. 하지만 신부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졌다. 비연예인이기에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신상은 밝히지 않았다.
상희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현수의 결혼에 넋을 놓고 가만 있다가는 평생 후회할거라는 생각에 마지막 용기를 내기로 한다. 도대체 어떤 여자기에 현수가 결혼까지 결심했는지...
"니 돈부터 갚아야 하는데"
2년만에 마주한 현수는 상희가 꺼내지도 않은 돈얘기로 말문을 연다.
"헤어졌으니 돌려주는게 맞긴 하지"라며 상희는 그나름 쐐기를 박으면서도 어떻게든 이 남자의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 연예인이면.."
"응...너처럼 까페 하는 여자"라고 그가 덧붙인다.
"나...처럼?"
그말은 그녀를 안달나게 만든다.같이 동거할때는 상희와 현수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도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질척한 느낌을 주는 예술이니 그런것들을 싫어하였고 현수는 팍팍하고 고단하고 건조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힘들어 하였다. 그렇게 둘은 서로 화합하지를 못했다.
"나보다...어리지? 젊고?"
"그냥 비슷해"하며 그가 커피잔을 두손으로 감싼다. 여자손. 고생하지 않은 손,이라는 생각을 그녀는 자주 한듯하다 그의 손을 보며. 가늘고 길고 하얀 그의 손...
"축하해 결혼"
자신처럼 까페를 하는 여자라는 말에 상희는 현수를 되돌려놓겠다는 전투력을 상실하고 만다. 왜 하필...그러면서 , 같이 살때는 왜 현수의 세계,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지 후회막급이다. 그걸 해냈기에 '그녀'는 그의 '선택'을 받은게 아닌가...
"그리고 내 돈..." 상희는 만난김에 매듭을 짓기로 한다.
"그건 갚아야지 당연히"
"아니. 잊어버려"
라며 상희는 더 마주앉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 설령 이제 와서 그 돈을 받는다 한들 그의 부재로 인해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고독과 상실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그냥, 그가 있어 써야 했던, 감당해야했던 자기 몫의 운명의 부채라 여기기로 한다.
"결혼축하해"
동창 미정이 며칠후 난데 없는 전화를 걸어왔다.
"나? "
전화를 끊고 상희는 다급하게 포털을 뒤졌다.
"다 니덕이야. 힘들땐 너 생각하면서 버텼어..."
현수는 첫 상업영화 실패후 오랜 휴지기를 거쳐 이번에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거라 이번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숨도 쉬지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자그만 반지케이스를 꺼내 보인다. 첫눈에도 값이 나가는 건 아니지만 제법 고민해서 고른 티가 난다.
"받아줄래?"
"이런법이 어딨어..나한테 허락도 안받고 기사 막 내고.." 하는데 상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어디선가 와!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온다. 현수의 청혼을 눈여겨본 까페 손님들이 내는 소리였다. 순간, 상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오늘 일찍 가게 문 닫고 어디가서 근사하게 저녁 먹자" 라며 그가 상희를 살포시 안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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