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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이천 다녀와서

by 박순영

오늘 이천 호국원에 다녀왔다. 친구가 쉬는 날이라고 차를 갖고 와서 편하게 다녀왔는데 눈발은 좀 날렸다.

얼마전 산 패딩 두장중 안 입을거 같은 회색 패딩을 친구에게 주었는데 처음부터 친구 옷이었던듯 너무나 잘 어울려서 휴게소 종업원 아주머니가 '너무 이뻐요'라는 말까지 했다.



여자 버금가는 이쁜 외모와 날렵한 몸매, 거기에 살짝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패딩이 더해지니 정말 이뻤다. 해서는 나머지 오고가는 내내 집에 '오랜지색'도 있는데 줄까?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그렇게 다녀온 이천은 중간에 두세번 잠깐씩 막힌거 빼고는 순탄한 여정이었다.



1년여만에 보는 엄마는 유리너머로 그동안 나를 많이 가디리신듯 하였다. 엄마얼굴에 걱정이 많아보였다. 1년동안 엄마한테 죄송한 짓을 너무 많이 한 탓이라 오래 뵐수도 없어 금방 떠나왔다. 그리고는 다음에 찾아올때는 부디 반가운 소식을 전하길 바랐다. 아마 지금쯤, 아니면 내일 오전중으로 내가 올려놓은 꽃다발은 죄다 청소차로 들어갈 것이다. 한 이틀만이라도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국립시설이다 보니 내 뜻대로 할수가 없다. 그곳 규정대로 운영되다보니...



그렇게 돌아온 서울 내집은 ,먼길을 다녀오면 늘 그렇듯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포근한 공간이 돼주었다. 어제 사다먹고 남은 모카케익에 커피를 먹고는 친구와 수다삼매경, 그러다 저녁을 먹기로 하고는 친구가 가져온 햇반에 오늘 받은 뚝배기 불고기를 덥혀 초간단 저녁을 해치웠다. 그리고는 또 두세시간 수다끝에 친구는 갔고 나는 뒷정리를 하고는 씻고 이제사 침대에 들었다.


예상보다는 조금 일찍 간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긴장을 덜수 있었고 대중교통으로는 너무 불편하고 장시간 걸리는 길이 왕복 3시간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차가 있으면 이런부분 너무 좋은듯 하다.

"내년에는 내차로 간다"라고 선포를 했으니 내년 이맘때까지는 혼자 고속도로를 탈 수 있어야 한다. 차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원할때 내 마음대로 엄마한테 가는 것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내일은 친구가 여자옷같다고 손사래친 오렌지색 패딩을 입고 물리치료를 가볼까 한다. 옷은 잘못이 없다. 나의 항아리체구가 문제지...그렇게 치료후 천변을 걸어올때 오늘처럼 눈이 좀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은 더 기온이 내려가도 좋을듯 싶다. 패딩을 감고 종종걸음을 쳐보고싶다.



휴게소에서 먹은 유부우동, 넘 고소하고 맛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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