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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재능의 환원

by 박순영

언젠가 영화홍보 프로를 보는데

남자주인공h가 이런말을 했다.

'내가 정략결혼한거라고 한다'

그말인즉슨, 그가 명문대 치대를 나온 여자와 결혼했기때문이다.

다시말해 부침이 심한 영화판 수입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 전문직 여성을 택했다는 것인데,

그가 해명했다.

'그건 다 오해라고. 아내는 결혼후에 한번도 치과 근처도 간적이 없고 살림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내가 아는 어떤 이도 s대 의대 박사까지 취득하고도

결혼해 쌍둥이낳고 살림만 하고 있다.

결혼후에 메스 한번 잡지 않고.

심지어는 요즘 여자도 거의 다 한다는 운전까지도 못한다고 한다.

해서 그 모친은, 동창회같은 조금 뽐내고 싶은 자리에 가면

모임 끝나고 딸이 아닌 며느리에게 전화를 해서 픽업오라고 한단다.

그 며느리는 운전은 물론 못하는게 없고 차림새도 절대 시모의 체면을 구기는 일 따위는 없을 정도로

신경을 쓰는 '센스장이'라고 한다.


명문대 치대를 나오고도,

의대 박사학위를 갖고도,

그냥 전업주부로 눌러앉는? 것에 대해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굳이 돈을 벌 필요가 없으면야 그들이 어찌 살던 어떠랴마는

그들이 사회에 나와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르는 것이지만...

요즘 곧잘 듣는 이야기가 '경단녀'에 관한 것이고 그것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데는

그 나름의 심심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을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아닌가.



굳이 돈이 필요없다면 무료봉사라도 하면서 재능기부를 해주었으면 하는게 내 솔직한 바람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능과 능력, 상황에 처했다면 그렇지 못한 대다수를 위한 봉사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면서 정체가 아닌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자기 계발도 가능하고.

오지를 찾아가 의료활동을 한다든가, 소외계층의 건강을 체크해준다거나...



아는 친구가 언젠가 일에 필요해서 강남의 모 영어회화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주위가 다들 상류층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그렇게 영어를 잘하시면 번역이라도 하시면 좋을텐데요'했더니

'귀찮아요 돈버는거'라면서 배시시 웃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 회화 클래스도 일종의 인연맺기식의 사교클럽임을 알고 친구는 그 학원을 곧 그만두었다고 한다.



홍콩스타 주윤발이 한 얘기가 있다. 그가 거의 전재산을 사회환원하는 이유에 대해 ,

'내가 벌었다고 다 내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말에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기도 한데, 내가 잘 나서 돈을 번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옆에서 도와준 이들,그에 맞게 돌아가던 상황, 이런것들이 합쳐져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손에 들어왔다고 다 내돈이 아니라는 그 말에 수긍한 것이다.


아무튼, 나는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거기에 전문직종이 가능한 경우에는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어도 사회생활을 어느정도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도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쥬'라고 본다.


다함께.jpg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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