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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아빠"

by 박순영

친구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고 하나는 미국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하나는 여기서 대기업을 다닌다. 그래서 급전이 필요하면 물론 작은아들 몫이 되는데 얼마전에도 그런 경우가 생겨서 '니가 좀 해결해라'했더니 대뜸 '왜 내가요?'라며 발끈하더라는 것이다.


그 작은 아들은 천성이 여리고 순둥순둥해서 여태 '네? 그럼...할수없죠. 제가 처리할게요'라고 해왔기 때문에 친구부부는 이번 아들의 반항에 적잖이 놀라고 마음을 다쳤다고 한다.



해서 내가 한 말이, '이사람아, 아들이 언제까지 품안에 자식인가. 걔도 서른넘었으면 만나는 여자가 있을테고 들어가는 돈, 게다가 결혼도 생각중일텐데 돈이 자꾸 옆으로 새니까 짜증이 나는거지'라고 했더니 안그래도 아들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유수의 회사를 다니다 친구한테 사기를 당해 집이며 상가까지 날리고 지금은 오피스텔에 세를 들어사는 상황이 된 친구는 안그래도 부부의 소망은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 경제적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돈이라는게 원한다고 벌리는가. 친구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이나 주말에는 야간택배까지 뛰면서 살아보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아무튼, 작은 아들의 이번 쐐기가 부부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듯 하다. 그것은 '이제 엑스트라 머니는 알아서들 하세요'라는 선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서' 너무 섭섭해 말아. 그 애들 처음 태어났을때, 그리고 커나가는 동안 부부에게 준 그 기쁨으로 퉁치게'라고 이야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노인빈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지면에 오르내리는 이때 남의 이야기같지만은 않다. 그리고 한편 부럽기도 한것이 그 친구는 여차하면 도움을 청할 자식이라도 있지 나는 혼자니 모든걸 내가 잘 관리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기한것이 그래서 더더욱 나를 자책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그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그 친구 신혼시절 어쩌다 만나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늘 아이들 이야기를 해댔다.

"집에 들어가면 세살 터울의 두놈이 '아빠'하면서 두팔 벌리고 뛰어오는 맛에 산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며 참 많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이쁠까, 하면서.



이번 그 아들의 거부감이 너무 심각한것이 아니길 바란다. 나이 들면 아무래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때로는 추해보이기도, 무능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모가 아닌가. 그리고 자식도 언젠가는 그 시기를 거치게 돼있다. 부모가 돈이 아닌 마음밖에 줄수 없는 나이가 되면 자식은 조금 귀찮고 손해보는 느낌이어도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몰차게, 의절하다시피 하는게 아무리 '트렌드'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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