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분명 눈에 띄던
텀블러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찬장이며 여기저기 뒤져보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소설적 발상이고
이렇게 영원할거 같던 감정이며 누군가의 존재감이
어느날 썰물처럼 완전히 물러날때가 있다.
더이상 생각 나지도 그립지도 않은 그런 경우를 말한다.
세상의 모든것이 흘러가고 변한다면
기쁨도 잠시지만
슬픔도, 회한도 순간의 일이다.
그러니 버거운 일을 당했다고 해서
허구한날 울상을 짓고 살 필요는 없는것이다.
이렇게 비워진 마음으로 살다보면
전혀 다른 존재감으로 그가, 그녀가 새롭게 다가설수도 있고
이대로 완전히 내게서 분리돼나가기도 한다.
다, 자연의 이치라면 서러워할것도 아쉬워할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침이면 제법 겨울을 느끼게 하는
내가 기다려온 그런 기온과 감성의 계절,
조금은 더 내 자신에게 몰두할 필요를 느낀다.
비워진 마음에 이 겨울, 어떤것들이 새로이
담길지 궁감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