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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Oct 04. 2022

소설 <작은사랑노래>

난주가 가버린 빈자리에 겨울 햇살이 떨어진다.

  “너 누구니?”

  학원문밖을 서성이는 여자아이를 보고 난주가 물었다. 아이는 대답대신 수줍게 웃고는 휙 달아나듯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간다. 호기심에 그냥 들여다 봤으려니 하고 난주는 영어수업을 계속해나갔다. 이제 막 코흘리개를 면한 꼬마 원생들은 난주가 영어 강의에는 아랑곳없이 옆의 짝쿵들을 괴롭히느라 정신이 없다. 안 그래도 산만한 녀석들이 오늘따라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      

  방금 2층 영어학원을 탐문하고 내려온 송이는 1층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들을 정리하고 있는 기영에게 쪼르륵 달려가 매달렸다. 

 “너 어디 갔었어?”

 “그냥..”

 아이는 대답대신 픽 웃기만 한다. 그리고는 잠시후, 아빠, 하며 기영의 옷깃을 잡아 끌면서 한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리킨다.

 “뭐...뭐 ..?”

 “아빠 나두..”

 “나두 뭐....”

 “저기 2층에 예쁜 선생님 있어 . 나두 가면 안돼?”

 기영은 그제서야 아이의 말귀를 알아듣는다. 하는 영화마다 실패해 어디 불러주는 곳도 없는 퇴물 영화감독 생활 6년째. 그런 기영이 간신히 의탁한 곳이 누나네 비디오 가게다. 그 2층에 아이들 영어학원이 있고 송이 이 녀석이 분명 그 학원을 기웃거리고 온 것이리라...이놈을 어떻게 달랜다. 숙식만 해결해도 감지덕지인 판에 아이를 학원에 보낼 여력이 안 되는것이다.

  “나중에...응? 나중에 보내줄게 아빠가”

  아이는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금방이라도 울 기세다. 이렇게 나오면 별 수 없이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기영이 정리하던 비디오들을 내려놓고 회초리 찾는 시늉을 하자 아이는 그제서야 투정을 멈추고, 아빠 미워! , 하며 밖으로 쏜살같이 도망을 나간다. 저 녀석 내년이면 학교도 보내야 할텐데 , 영어는 고사하고 한글도 버벅거리는 녀석이 기영은 안쓰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나한테 또 손을 내밀 순 없는 일이다. 못마땅해 하는 매형의 눈치를 봐가면서 그래도 동생이라고 비디오 가게라도 맡겨줬으니 감지덕지할 일이 아닌가. 하지만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게 일반화된 세태에 비디오를 빌리러 오는 손님은 그야말로 어쩌다 하나씩 일뿐, 기영은 그저 혼자서 도 닦는 심정으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왜 하필 영화를 한다고 했을까. 데뷔작이 조금 반짝했다고 기고만장해 여기저기서 투자를 끌어 들인게 잘못의 시초였다. 그리고 이젠 어디서도 그를 불러주지 않는다. 영화는 단 하나, 송이를 그에게 남겨 줬을뿐.     


  덕진은  강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난주를 자기 연구실로 호출했다. 덕진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모두 알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지만 난주는 개의치 않았다. 난주가 연구실로 들어가자 덕진은 원서를 한권 내민다. 전공인 문화학 관련 서적이다.

 “내가 좀 급해서 그래. 난주씨가 좀 도와줘야겠는데, 요즘 바쁜가?”
  난주는 책이 궁금한 듯 뒤적거렸다. 

 “다음 주까지 번역해야 하는데 난 일본 세미나가 잡혀 있잖아. 혼자하기 벅찰 테니까 누구좀 찾아서 같이 하든가. 할 수 있겠나?”

 난주는 속으로 한숨이 새나온다. 지금 박사과정 논문도 코앞인데 이걸 또 맡아서 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대학사회에서 교수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아는지라 난주는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책은  200 페이지 남짓에 문장도 평이해보였다. 

 “내가 언제 점심 살게.”

 덕진은 고마움의 표시를 그런 식으로 했다. 난주는 책을 받아들고 연구실을 나섰다. 바로 시작해야 했다. 집이고 뭐고 일단 도서관으로 향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 시험이 끝난 시점이라 도서관은 빈자리들이 넉넉했다. 그날 마침 학원 아르바이트가 없어 난주는 밤늦게까지 그 원서와 씨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페이지들을 넘기다 문득 며칠 전 문밖을 서성이던 볼이 통통한 그 여자애가 떠올랐다. 누구지? 새로 올 원생인가?     

 다음날 난주가 학원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누군가 난주의 치마를 살짝 잡아끌었다. 뒤돌아보니 그 볼이 통통한 녀석이었다. 

 “또 너구나”

  아이는 씩 웃는다. 

 “왜?”

 “선생님, 나두 여기서 공부하면 안돼요?”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애원하듯 물었다. 

 “영어공부 하고 싶어서 그러니?”

  아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뒤에서 아이를 부르는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송이 안내려와!”

  난주가 돌아보자 기영은 나꿔채듯 송이를 들어 안고 계단을 내려간다. 아이는 앙앙 울어댔다. 송이, 라고 했든가. 난주는 학원문 손잡이를 돌리다말고 몸을 돌려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아이의 모습을 찾다가 아래층 비디오 가게에서 기영에게 야단맞고 있는 걸 발견한다. 망설이던 난주는 용기를 내서 비디오 가게를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문소리에 손님인줄 알고 돌아보며 기영이 인사를 한다. 그러다 조금 전 계단에서 마주쳤던 학원 선생이란 걸 알아차린다.

 “애기가 이쁘네요”

  송이는 마치 오래전부터 난주를 알아온 듯 난주에게 딱 달라부터 훌쩍였다.

  “애기 왜 우니?”

  “아빠가 안 된대요”

  그 말에 난주가 기영을 본다. 나이는 40이 좀 안됐을까. 처음 보는 남자다. 첫눈에도 삶이 권태로워 보이는 얼굴.

  “여기 주인 바뀌셨나요?”

  “아뇨....누님이 하던 가겐데 제가 잠깐..”

  기영이 말끝을 흐린다. 

  “아 네...”

  난주는 자기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송이의 젖어있는 볼을 바라본다. 

  “새로 이사 왔구나. 그래서 선생님이 송이 처음 봤구나”

  송이는 조금 전까지 울고 있던 일을 잊은 듯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기영은 아이가 철이 없어 그랬다며 다신 학원에 못 올라가게 하겠다고 한다. 그 말에 송이는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왜요 아버님..아버님, 맞으시죠?”

  “그냥...제가 시키려구요...”

  학원비가 없어 못 보낸다는 말이 입 밖에 나오지 않는 기영은 그렇게 얼버무린다. 


  

학원일이 끝나고 밤늦게 버스에 오른 난주는 내내 아까 송이 생각이 났다. 아이가 얼마나 하고 싶었음 그랬을까. 그리고 학원비가 없어 그런 아이를 학원에 못 보내는 아빠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다. 내일이라도 원장에게 얘기해 송이를 청강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모는 마지막 손님을 내보내고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난주가 들어서자, 왜 오니, 그냥 집으로 가지, 라고 한다. 내가 할게, 하고는 난주가 대신 식탁을 정리한다. 그렇게 모녀가 식당일을 마무리하고 나오자 밤 하늘엔  별이 반짝인다. 노모는 논문은 잘 돼가냐고 묻는다. 난주가 교수의 번역일을 하느라 논문 신경을 못쓴다는 걸 알 리가 없어 하는 질문이다. 난주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70이 돼서까지 식당일을 하며 자기 뒷바라지를 하는 노모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다. 하나뿐인 피붙이인 오빠는 지방에서 유지로 살면서도 나이든 노모를 모시기 싫어 간간이 용돈을 부치는 것으로 대신해온 지 오래다. 난주도 더 이상 그쪽에 기대를 걸기 싫어 어떡해서든 노모의 바람인 교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도 난주는 그런 심정으로 덕진의 원서를 번역하며 밤을 샜다.     

  뉴질랜드 교환학생으로 박사과정 후배인 미정이 결정됐다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이번 교환학생 선발의 전적인 권한은 학과장인 덕진에게 있었고 난주가 덕진의 신임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건 모르는 이가 없는 마당에 난주대신 미정이 가게 됐다는 건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충분한 가십거리가 되어주었다. 

  며칠을 밤새며 번역한 원서와 번역원고를 내밀며 난주가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덕진은 피식 웃으며, 왜, 자네가 가고 싶었나?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저는 자격이 안됐나요?”

  “왜..자격이야 충분하지...그냥, 자넬 내 곁에 두고 싶어서 그랬어”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난주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번 뉴질랜드 건은 누가 봐도 자기가 가는 거라고 생각해온 터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꺼내 한 두장 들추는데 ,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고개를 들어보니 덕진의 후배교수 경수였다. 

 “바빠요?”

 경수는 씩 웃으며 커피 한잔 하자고 한다. 도서관 로비에서 둘은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교환학생이야기를 하자 경수는 , 기회는 다음에도 또 있을 거라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S대에서 있을 문화학회에 오라고 초대장을 주었다. 외국의 석학들도 많이 참석하는 만큼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뉴질랜드건도 있고 해서 마음이 싱숭거리던 차에 잘됐다 싶어 난주는 그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그래, 기회는 또 오겠지, 난주는 스스로의 마음을 추스렸다.      

 학원 원장은 난주의 청을 들어주었다. 바로 아래층이면 이웃사촌이나 마찬가진데 꼬맹이 하나 청강시키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송이는 청강생이 돼서 당당히 학원에 나오게 되었고 그럴수록 기영은 송구스러워했다.

 “아이가 똑똑해서 진도가 빨라요”

  간간이 마주칠 때마다 난주는 송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 여자, 아직 서른은 안 돼 보이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나오는걸 보면 아르바이트 하는 거 같다...기영은 대놓고 묻지 못하고 혼자서 난주의 신상을 그려보곤 했다. 얼굴에 그늘이 없는 게 고생모르고 자라온 사람 같아서 어딘가 이질감을 주지만, 얼굴 가득 꿈을 품고 있어 보기 좋았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기영은 용기를 내서 제안했다. 

  “주실래요?”

  난주가 해맑게 웃으며 응했다. 그런데 그때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서 오세요, 하며 기영이 돌아보다 표정이 굳어졌다. 야구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낀 여자 하나가 들어선다. 하지만 기영은 단번에 알아본듯하다. 

  “잘 있었어?”

  여자가 반말로 인사한다. 난주는 그만 자리를 피해줘야 할 거 같아 , 커피는 다음에 달라며 서둘러 가게를 나간다.

  “웬일이야”

   기영이 퉁명스럽게 묻는다.

  “어떻게 지내나 하고...”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지....그게 뭐 어려워서....”

  여자는 누군가를 찾듯 가게 안을 둘러본다.

  “송인 잘 있어. 걱정할것 없어”

  “송이, 내가 데려가면 안될까?”

  “뭐?”

  하마터면 그 말과 함께 여자의 뺨이라도 후려칠뻔 했다. 

  “한참 엄마 손이 필요할 때잖아”

  “뭐라구? 이제와서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나가!”

  기영은 가게 유리문을 열며 여자를 나가라고 몰아댄다. 

  “기영씨,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나가 한수진. 탑스타께서 또 어떤 스캔들에 휘말리려고 이러시나” 

 하며 기영은 수진을 몰아낸다. 수진은 쫓겨나서도 한참을 유리문밖에 서 있다  몰고 온 차에 올라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기영이 첫 영화에 성공해 한참 들 떠 있을 때 수진을 만났다. 그때 수진은 갓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이었고 배역 하나에 전전긍긍할 때였다. 기영과 수진은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동거를 시작해 결국 송이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기영의 다음 영화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자 수진은 기영과 송이를 버리고 떠났다. 그리고는 탑스타가 됐고 얼마 전엔 재벌 2세 창민과 결혼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런 수진이 이제 와서 왜 송이를 찾는 걸까...기영은 그날 밤 혼자 소주를 퍼 부우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어떤 사정이든 간에 이제 와서 송이를 내줄 순 없었다. 비록 아빠 노릇을 못하고 있다 해도 송이는 현재 기영의 모든 것이자 유일한 꿈이었다. 하지만 누나 영주의 생각은 달랐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

 그날밤, 낮에 가게로 수진이 왔다갔다는 얘기를 듣고 영주가 내뱉은 첫마디가 이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주고 기영에게 새 출발하라는 거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말을 자는 줄 알고 있었던 송이가 듣고 말았다. 녀석은 졸린 눈을 부비며 , 엄마? 라고 되뇌었다. 녀석이 들어버렸으니 앞으로의 일은 뻔했다. 매일 징징대며 엄마타령을 해댈게 아닐까.

 기영의 예상대로 송이는 하루 종일 기영을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아무리 온갖 사탕발림으로 달래도 아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자기에겐 애초부터 없는 줄만 알았던 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일곱 살짜리한텐 천국을 본것 같은 일이었다. 

 기영은 의논할 상대가 필요했다. 누나는 저렇게 완강하기만 하니, 다른 말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느날 밤 난주가 학원 끝나길 기다려 같이 포장마차로 갔다. 그리고는 꺼내기 어려운 수진과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난주는 송이가 원하는대로 해주는게 최선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말에 기영의 입가에 자조의 미소가 번졌다. 아빠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라는 얘기겠지, 하며 그는 쓴술을 물 마시듯 퍼댔다.      

  눈문 자격 종합시험 발표가 있던 날, 난주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총 6명이 응시한 가운데 자기 혼자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학과장인 덕진의 과목에서. 모두가 수군거렸다. 난주는 곧바로 덕진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덕진은 슬쩍 눈길을 주곤 다시 책으로 눈을 가져갔다. 난주는 , 자신이 왜 시험에 떨어졌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분명 시험을 잘 치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불합격이란 결과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되나?”

 덕진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전 최선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잘 봐야지 시험 자체를 . 그만 나가봐.”

 난주가 멍하니 서있자 덕진은 읽던 책을 덮으며  ,문화학회 얘기를 꺼냈다.

 “문화학회에 갔다면서?”

 “아 그건...나교수님이 와보라고 하셔서..”

 “가서 인사도 전부 했다던데?”

 “전, 학생들 심포지움인줄 알고 갔어요. 근데 가보니까 전부 교수님들뿐이어서 저도 당황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음 안가는 거였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뭔줄 알어?”

  이 사람, 지금 경수가 오라고 했던 문화학회에 갔다 왔다고 이렇게 화를 내는 건가? 이게 혼날 일이란 말인가? 난주는 아연했다. 

 “양다리 걸치는거야. ”

  덕진은 더욱 싸늘하게 내뱉고는 컴퓨터로 돌아앉았다. 난주가 억울하다고 하자, 덕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동안 공동으로 진행하던 프러젝트에서도 빠지라고 통보했다. 난주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되물었지만 덕진은 어서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덕진의 연구실을 나서는 난주의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렇게 밤새워 번역일을 시키고 프러젝트를 같이 하고 그 외 잡다한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 자신을 이렇게 버릴 수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그날 난주는 연구실 복도에서 한시간 이상을 멍하니 넋을 놓고 서 있었다.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린 느낌.  그녀는 그길로 노모의 가게가 아닌 학원으로 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처럼 ,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학원 앞에 다다랐을때 난주는 기영과 마주쳤다. 기영은 난주에게 대뜸, 송이가 없어졌어요, 라고 말했다. 

 “송이가요? ”

 “네...비디오 배달할게 있어 다녀왔는데 없어졌어요. ”

 난주는 한숨을 쉬었다. 

 “어디 갔을까요”

 난주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데...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기영이 난주의 어두운 낯빛을 보며 물었다.

 “별일 아니예요...”하며 난주는 입술을 지끈 깨물었다. 바보처럼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제 교수의 꿈은 영영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며 지켜온 꿈이었든가. 

  “근데 왜 이렇게 늦게 학원엔...집으로 안 가시고...”

  기영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학원에 일이 좀 남아있어서요”

 하며 난주가 둘러댔다. 그나저나 얼른 송이를 찾아보자고 난주가 말했다. 그리고 둘은 흩어져 송이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그렇게 온 동네를 찾아다녔을까, 기영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경찰서라고. 송이라는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어서 오라는 전화였다.

  난주와 기영은 서둘러 경찰서로 달려갔다. 비에 흠뻑 젖어 자고 있는 송이는 흡사 어린 물고기 같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한테 데려다달라고 울고 있는 아이를 어떤 이가 데리고 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기어코 사단을 냈구나 녀석이, 기영은 생각했다. 수진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송이의 엄마타령은 점점 더 심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고 있던 송이가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난주는 아이가 아픈 거 같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자고 했다.

  그날밤 기영과 난주는 송이의 병실을 지켰다. 난주는 아이는 자면서도 꿈결에 엄마를 찾았다. 

 “아무래도 애 엄마를 다시 만나봐야겠어요”

  기영이 무겁게 입을 떼었다. 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 송이 곁에서 잠든 기영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난주는 병실을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이제 어떡하나....어디로 가야 하나...


 며칠 전 기영을 만난 수진은 남편 창민이 불임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아이를 입양하자고 하길래, 기영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창민은 그 아일 데려와서 키우자고 했단다. 누나 영주의 끈질긴 설득도 한몫했지만 , 더 이상 엄마만 찾는 송이를 자신이 건사한다는 게 불가능함을 느낀 기영은 결국 송이를 수진에게 내주었다. 수진인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수진의 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 모습을 2층 학원에서 바라보던 난주는 기영의 처진 어깨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 뜻밖에도 교수 덕진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대학로 모 술집으로 나오라는 전화였다. 하필 술집으로 불러낸다는 게 석연치 않아 난주는 거절했다. 그러자 덕진은 육두문자를 퍼 부우며 전화를 끊었다. 

 얼핏 들은 얘기로 덕진은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컸다고 했다. 그리고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고 장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와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남다른 소유욕을 갖고 있으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애정없이 여의사와 결혼했고 딸이 하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따로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동안 통 안보여서 궁금했어요”

  일주일만에 학원에 나온 난주에게 기영이 쑥스러워하며 인사를 건넸다. 송인 잘 있죠? 하고 물으려다 아차, 엄마 따라 갔지, 하고 난주는 기억해냈다. 

 “잘 지내셨어요?"

 난주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언제 봐도 쓸쓸한 이웃. 

 송이를 보내고 한층 핼쓱해진 기영은 다시 재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시나리오 작가 한철에게 시나리오를 부탁해놓은 상태였다. 

  “이번에 대본 잘 나오면 영화 다시 해보려구요”

 멋쩍게 웃으며 기영이 말을 이어갔다. 

 “전...다 틀렸어요”

 어렵게 난주가 입을 뗐다. 그날 밤 둘은 가게에서 소주 두병을 나눠 마시며 서로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특히 난주가 지도교수인 덕진에게 어떻게 버려졌는지를 들은 기영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불끈 화를 냈다. 요즘 학교 사회에도 그런 일이 있냐며 혀를 찼다. 그러게요...난주는 자신도 모르고 피식 웃었다. 박사과정을 하느라 나이가 차버려 일반회사엔 취직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지 않겠냐,며 기영은 애써 위로하려했다.           

 기영이 기대했던 한철의 시나리오는 엉망이었다. 자기가 봐도 형편없었다. 제작사에 가져가봐야 퇴짜맞을 게 뻔했다.  재기의 꿈은 물 건너가고 ,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송이는 없고, 기영은 더 이상 자신이 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가게 손님은 점점 줄어 매형은 가게를 처분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긴 갈 곳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난주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됐다. 덕진에게 그렇게 버려졌다는 걸 도저히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밤새 빨래를 하고 어떤 날은 밤새 청소를 하면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서랍 맨 밑에 깔려있는 원고뭉치를 발견했다. 이건...          

  며칠 후, 기영이 혼자서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는데 난주가 들어섰다. 자기 못지않게 풀 죽어 지내던 그녀의 손에 원고 뭉치가 들려있다. 어서 오라며 기영이 의자를 권하자 난주는 손에 들고 있던 원고를 내밀었다. 

 “이게 뭐죠?”

 “어제 잠도 안 오고 해서 방정리하다 학부 때 썼던 소설을 발견했어요. 학교주최 문학상에서 입선도 했었는데...”

 난주는 수줍어하며 말을 이어갔다. 원하면 시나리오로 각색해보라는 얘기였다. 자신도 한때 영화작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어 이 소설을 쓸 때도 영화화를 염두에 뒀었노라 말했다. 

“<그녀에게>...제목 좋은데요?”

 기영이 반기는 기색을 보이자, 난주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그쪽은 앞으로 어떻게..”

 기영이 걱정스레 묻는다. 

 “일단 지도교수를 바꿔야  하는데....”

 “만만치 않겠군요” 

 “네...”

 기영은 잠깐만 있으라며 나가서 캔맥주를 몇 개 더 사와서 난주와 나눠 마셨다.      

  “그러고도 학교사회에서 버텨 볼  생각이야!” 

  난주가 지도교수를 바꾸겠다고 하자 덕진은 예상대로 버럭 화를 냈다. 

  “교수님 이러시는데 저한테 다른 무슨 선택이,”

  “교수님 이러시는데? 내가 뭐....양다리 걸치는 제자를 둔 심정이 어떤 줄 알어? ”

  “이제 그 얘긴 그만 하시는 게”

  “맘대루 해. 지도교수를 바꾸든, 학교를 그만두든, 니 맘대루 해.!” 

 하고 덕진은 연구실 문을 세차게 닫고 나가버렸다. 이제 진짜 모든게 끝났구나...난주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흐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지도교수를 부탁한다...그야말로 갈 곳이 없었다. 세상 어디로도...

  그날 저녁 , 터버터벅 학원으로 오는데 , 기다렸다는 듯이 비디오 가게에서 기영이 뛰어나왔다. 이제 와요, 하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하자, 난주가 지난번에 준 원고를 시나리오로 각색하겠다고 했다.  난주는 자기 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좋아하는 기영을 보면서 기분을 추스리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송이가 돌아왔다. 막상 아이가 아쉬워 데려갔지만, 갓난장이를 버리고 떠났던 수진에게 모성애 따위가 남아있을 리 없었다. 한참 개구진 일곱 살짜리를 돌본다는 게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남편인 창민이 정작 송이를 데려가자 탐탁해하지 않았다. 아이는 잔뜩 상처만 입은 채 아빠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는 엄마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대신 난주를 엄마이상으로 따르며 쫓아다녔다. 학원에서도 예전의 짓궂은 말썽장이로 돌아가고 통통한 볼은 살이 더 붙어 아예 터질 것 같았다. 난주는 송이가 예뻐 그 볼을 잡아당기며 함께 놀아주곤 했다. 


 난주는 예전에 자신을 문화학회에 초대했던 경수에게 지도교수를 부탁했고, 어쩜 자신 때문에 그 사단이 났다고 생각했는지 경수는 말없이 그녀를 받아주었다. 덕진은 그 후로도 간간이 난주에게 전화를 걸어와 만날 걸 종용했지만 그때마다 난주는 거절했다. 한번은 기영과 함께 있는데 술 취한 덕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격분한 기영이 달려가 덕진을 패주었다. 옆에서 난주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덕진은 기영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런데 며칠 후 덕진이 학교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생활 문란과 제자 논문 표절로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난주뿐만 아니라 집적댄 여학생이 몇이 더 있었고 의사인 아내도 이혼 소송 중이었다. 그 소식을 접한 난주는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었다. 


  마침내 난주의 소설 <그녀에게>의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던 날, 기영은 난주에게 여행을 제의했다. 

 “여행요?”

 “그래요. 2박 3일정도, 어때요. 저 똥땡이도 데리고”

 난주는 웃었다. 송이가 언제 들었는지 좋아라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넌 자제가 안되니?”

  기영이 걱정스레 송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이 우스워 난주는 또 웃었다. 이 사람과 있으면 자신이 웃게 된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그뿐, 자신들이 뭘 더 할 수 있으랴. 더군다나 얼마전에 지도교수가 바뀐터라 지금은 여행을 가고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여행은 부녀가 다녀오세요”

 난주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기영과 송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해서 부녀는 2박3일로 동해안 여행을 다녀오고, 기영은 각색한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이는 단연 난주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학원에서 난주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원장에게 물어보자, 난주가 논문 때문에 학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 일로 기영은 의기 소침해졌다. 

  그런 가운데도 기영은 차근차근 <그녀에게>촬영에 들어갔다. 덕진의 횡포에서 자유로워진 난주는 무난히 논문을 통과했다. 기영은 <그녀에게>시사회가 있던 날 난주를 시사회장에 초대했다. 난주는 갑자기 내린 눈을 흠뻑 맞고 시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기영은 하마터면 웬 눈사람이 왔나, 했다. 난주가 웃으며 손을 내밀자 기영도 그 손을 힘있게 잡았다.      

 “선생님이 엄마하면 안돼?”




  연출료를 받아 서울 외곽의 오피스텔로 이사한 첫날밤, 송이가 이불속에서 기영에게 소근댔다. 난주가 송이 엄마가 된다는 상상을 하자 기영은 웃음이 픽 나왔다. 다음날 기영과 송이는 눈사람 만들기를 했다. 송이는 아빠 엄마라며 다 찌그러진 눈사람을 만들고 기영은 돼지 한 마리를 눈으로 빚어 그걸 송이라고 했다. 둘은 눈밭에서 뒹굴며 토닥거렸다. 정말로  선생님이 엄마 하면 안돼? 송이가 눈속에 기영을 처박고 애원하듯 속삭였다.

 “이 똥땡아, 잘 들어.” 

 종일 눈에서 뒹굴다 들어와 덜덜 떨고 있는 송이를 목욕시키고 기영이 달래듯 입을 뗐다.

 “선생님은 우리랑은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달라? 선생님은 밥 안먹어? 응아, 안해?”

 난주보다 열 살이나 많은 자기가, 그것도 애딸린 홀아비가, 꼴랑 영화 하나 성공했다고 프러포즈를 할순 없다고 생각했다. 원작료를 주려했지만 난주는 한사코 사양했다. 언제 봐도 다정한 사람, 이라고 기영은 생각했다. 언제 봐도 쓸쓸한 사람,이라고 난주가 기영을 생각했듯이...

 송이는 그날부터 난주타령을 줄창 해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자다가도 일어나 난주한테 가자고 했다. 아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땐 기영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칭얼대는 송이 엉덩이를 때려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송이 핑계를 대고서라도 난주를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사회장에서 본 이후로 간간이 문자나 전화를 하긴 했지만 만나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있었다. 이 겨울이 다 가고 나면 그녀와 영이별 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잘 지냈어요?”

  기영이 어렵게 용기를 내서 난주를 만났다. 난주는 그동안 머리를 짧게 잘라 훨씬 어려 보였다. 

  “우리 귀염둥인 어때요? 잘 있죠? ”

  “송이 걔 때문에 내가 팍팍 늙어요”

  난주가 까르륵 웃는다. 

  “실은 ...할 얘기가 있어요. 저기...”

  “뭔데요, 말씀하세요”

  “우리 송이가...”

  “......”

  “나랑 , 송이랑 , 우리 셋이 같이 살면,”

  그때 난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만요, 하고 난주는 전화를 받는다. 반색하며, 교수님, 하는 걸로 봐서 좋은 소식인 것 같다. 네, 네....난주의 얼굴이 점점 밝아온다. 전화를 끊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눈치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요”

  “네...제가 교환 강사로 미국에 가게 됐대요”

  “아....그래요...”

 기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쩐지 이별할거 같다던 자신의 예감이 이렇게 적중할 줄이야...

  “근데 , 아까 무슨 말씀하시려다...”

  “아무것두 아니예요. 축하해요 다시 한번. 그렇게 고생하더니 드디어 꿈을 이뤘네요”

  “감독님도 재기하셨잖아요.”

  “가면 얼마나 있을 거 같아요?”

  “글쎄...잘 모르겠어요... 일단 2년 계약으로 가는데, 보통, 연장들 한대요”

  “그렇군요...”

  “자주 메일 해요 우리...”

  난주는 시간을 본다.

  “교수님이 지금 좀 와보라고 하세요,” 

 기영은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다 . 난주도 기영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응시한다.  그러다, 눈이 점점 더 와요. 한다.

  “송이 , 겨울에 감기 들지 않게 꼭꼭 싸매주세요.”  빙긋 웃는 그녀.

 기영이 뚫어지게 난주를 응시한다. 둘은 말없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다 난주가 어렵게 말을 이어간다. 

  “만약 송이가 저 찾으면,”

  “아뇨 가야죠. 좋은 기횐데..”

  “...가면 오래 못 볼텐데...”

  어느새 난주의 눈이 젖어온다.

  “할 수 없죠....얼른 가세요 . 교수님이 부르는데.”  기영이 난주의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마침내  머뭇거리던 난주가 일어난다. 한참을 기영을 바라보다  돌아서 나간다.

 난주가 가버린 빈자리에 겨울 햇살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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