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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사슴이 사는 마을

by 박순영

에 해가좋을때 걸으려 했는데

점심을 먹고는 꾸벅꾸벅 졸다가 어두워졌다.

운동을 거르나 마나 고민하다

지난번 엄마한테 갔다 오다 친구와 먹은

우동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다.

(난 여태 '가락국수'라는 우리말 보다 '우동'이 더 친숙하다)

동네에 몇군데 면류를 파는 곳이 생각나서

어제 산 패딩딩 뽀작이 신을 신고 .



그렇게 들어간 우동집은

죄다 셀프..

해서 버벅대면서 계산하고 기다리니

한참 있다 내 차례가 돼서

셀프로 우동을 받아다 먹었다.

받침도 없이 덩그러니 뜨거운 대접에 담아 줘서

손을 살짝 데었다.

순간, 다신 안온다 씩씩거렸다.


그렇게 먹은 튀김 우동은 역시

친구와 휴게소에서 먹은 그 맛이 아니었다.

일단 양도 너무 많고 여하튼...

그래도 국물까지 다 먹고 우동집을 나와

조금 더 걸으려고 10분 내외의 다이땡까지 갔다.

잠시 두리번두리번 하다,

양면 담요 한장을 샀다.




한쪽은 패딩면, 다른쪽은 인조양털.

색이 여러가지면 두엇 샀을텐데 이것 하나뿐인게 아쉬웠다.

그리고는 뽀작뽀작 소리를 내면서 집에 와서 지금은 세탁 중이다.


그렇게 걸어 오다가 우리 아래 현대단지 담벼락의 벽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사슴을 발견, 한컷 찍었다.

그러면서, 사슴이 사는 동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서울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보랴,싶기도 하고.

이곳을 떠나면 이런 것들이 너무도 그리울거 같았다.

맛없던 우동까지...


그리고는 이제 8시까지 컴을 하려 한다.

8시면 시작하는 주말극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틀어놓고 다른짓만 하는데 얼마전부터는 간간이나마

유심히 볼때가 있다.

연속극은 한마디로 '가족극'이다.

그걸 잘 분석하고 활용해볼 생각이다.


세탁이 끝나가는 담요, 자잘한 일상,

정겨운 풍광, 그리고 사슴이 사는...


그러고보니, 내 생의 1/3을 이곳에서 살았음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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