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중학동창 중에 기구한 연애를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s대 음대를 수석으로 들어갈 정도로 수재였고 명민했으며 다정다감하였다.
대학 신입생때 단체 미팅에서 친구는 한 남자를 만났고 그는 재수를 하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조심스레 서로를 알아갔고 친구집에서는 당연 반대를 하였지만 그래도 딸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쪽으로 기울었다.
나이20대 초반에 사귄다고 죄다 결혼으로 가는건 아니므로...간다 한들, 말리지않겠다는 부모님의
반 승낙에 친구는 그 남자와 연애에 돌입하였는데 남자는 이듬해도 그 다음해도 대학에 떨어졌다.
그럴수록 자격지심에 친구를 힘들게 했던 그는 어느날 군입대를 하였고 친구는 동생을 데리고 그의
면회를 가곤 했다. 그런데 그가 제대하자 이제는 그의 집에서 이민을 간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서 친구는 당연히 미국을 생각하고 그럼 거기서 잘 해보기로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지도교수의
만류에도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남자의 집은 미국이 아닌 아르헨티나로 가서 옷장사를 시작하였고
친구는 남자친구만이라도 미국으로 오라고 하였지만 남자의 집안 형편이 그리 되지 못하였다.
해서 둘 사이엔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틈이 벌어지고 갈등이 생기고 그러다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였다. 그러면서 남자쪽에서 이젠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고
박사과정이 남은 친구는 학업과 어지러운 연애를 병행할수 없어 남자에게 정식으로 결별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남자는 '내가 너 언제 죽여버린다'고 협박을 하였다고 한다. 국제 전화로, 편지로...
친구는 그게 다 자신에게 남은 미련과 애정때문이라 생각하고 이해하려 하였다고 한다.
지금 친구는 모 대학 교수로 재직중이고 포털 검색을 하면 뜨기도 한다.
나도 그 친구와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여서 간간이 건네듣는 정도지만 친구는 같은 교수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다고 한다.
비록 그 길고 지난한 연애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늦게나마 제 짝을 찾아 자식낳고 잘 살고 바라던 교수도 되었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게 아니다.
궁금한건, 이제 그 남자는 잊었을까, 이다. 너무나 사랑해서 이별을 견디지 못하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그 남자는...
사랑이란게, 인연이란게 이렇게도 모진 구석이 있다. 제 아무리 인간이 노력을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되는게 연애고 사랑이고 결혼이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언젠가 친구네 놀러가서 본 그가 선물로 주었다는 이쁜 모빌이 천장에 매달려있는 걸 보면서 그라는 사람이 매우 섬세하고 마음결이 고운 남자려니 했던 기억이 난다.
슬프지만 소중하고 잊을수 없는, 그게 연애가 아닌가 싶다.
이루어지지 않아 더 애달프고 마음이 가는 그 아픈 기억, 가슴시린 영원한 겨울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