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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보랏빛 향기

by 박순영

어제 비록 200원짜리 패딩은 판매자 취소처리로 종결되었지만

대신 25000짜리 보라색 패딩하나를 언니에게 보낸게

빠르면 오늘 도착으로 나온다.

바깥일을 많이 하는지라 너무 길지 않은 길이로 골랐다.


근래 와서 조금은 유해진 언니에게 일종의 뇌물을 보낸셈이다.

지난 8월 코로나걸려 골골 거릴때 어리광을 피웠더니

그때 좀 안됐었는지 이제 구박도 덜하고 야단도 덜 친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내 피붙이...


예전 어릴때 언니가 아버지에게 대들고 집을 뛰쳐나가서

내가 뒤따라가면서

"언니 우리 화단에 채송화심기로 했잖아"하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하면 언니가 첫 월급을 탔을때 잔뜩 사온

햄버거를 자다말고 일어나 우걱우걱 먹은 기억도 난다.

한 서너개는 먹었지 싶다.

그땐 햄버거도 우리 형편에는 사치품이었다.


물론 우리가 마냥 사이가 좋았던건 아니다.

자주 싸우고 치고박고도 하고 그래봐야 나의 완패로 끝났지만.


무언가를 보낼때는 늘 '싸구려'라는 단서를 붙여야 덜 혼난다.

해서 좀 가격이 나가는건 몇만원 다운시켜 말하곤 한다.

그래도 25000짜리니 뭐 그닥 혼날일이야..

언니얘기는 벌이도 시원찮은데 '돈쓰지 마라'이다.


그런 언니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동생인 나도 빠르게 추격하고...

나중에 정 나 좋다는 남자 없으면 언니 근처 (청주)에 가서 살 생각도 있다.

언니가 독실한 기독교신자니 언니 따라 봉사활동 다녀도 되고.

언니가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니 가면 나는 그야말로 천애고아다. 아무도 없는...



엉마 가시고 발인날 새벽, 나는 공황장애가 심하게 와서

발인, 화장, 호국원안장, 이 모든 뒷처리를 언니가 다 했다.

고속버스에 짐짝처럼 나를 실어버리면서

"가서 약먹고 자"하던 언니의 목소리에 왜 그렇게 울컥하던지...


언니는 나처럼 뚠순이가 아니어서 나보다 한사이즈 다운시켜 보냈는데

잘 맞았음 하는 바람이다..

선물은 이래서 받는이와 주는 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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