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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겨울노래

by 박순영

오늘은 부지런을 좀 떨었다.

아침 산행을 다녀온 것이다.

무릎이 여전히 뻐근한걸 보고

이게 영구 통증으로 가나보다 했다.

그런건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는 경험도 있고 해서

아마도 병원은 그만 가지 싶다.



올라가는데 공사를 하고 있어

주저주저하니까

아주머니 한분이 "가셔도 돼요"라고 하였다.

"네"하고는 땀을 닦고 올라가려는데

"더우세요?"해서

"아뇨.뚱뚱하니까 땀이 잘 나요" 했더니

"저도 그래요"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이런 대화가 오갈수 있는곳이나 상황은 흔치 않은거 같다.


오전이라선지

제법 쌀쌀했다.

숏 경량 패딩을 걸쳤더라면 추울뻔 하였다.

그리고보니 12월 첫 산행이라는 부가적 의미도 있었다.



그렇게 일찍 산을 다녀오니 오늘 하루를 번거 같다.

할일이 많다. 사업자 등록증도 알아보고 조만간 서류도 떼러다니고

극본도 쓰고 한동안 손놓고 있던 책이며 영화리뷰도 써야 하고...

앞으로 12시간의 오후가 남아있으니 넉넉한, 널널한 마음으로 하려 한다.

참,외국어도 한동안 안봤는데 눈이, 귀가 먹통이 다 되었을 거 같다.


초겨울 산은 황량했지만

오르내리는 걸음들은 크고작은 소망들을

듬뿍 안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때로는 계단을, 때로는 비탈을 이용해

안전히 귀가하였다.



조금은 황량해서 더더욱 인간을 닮은듯한 12월의 야산, 그리고 18년동안한번도 들어가본 적없는 단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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