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내 풍으로 (너무 커서 안을수는 없지만 )온것도 4,5년 되었다.
비록 살뜰히 내 품에 들어오는 크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 없는 집엔 이 정도의 호위무사는 있어야지 하고는
주문하였다.
머나먼 중국땅에서 배멀미도 않고 씩씩하게 와준 녀석을
처음 목욕시킬때가 생각난다.
겨드랑이를 박박 밀자, "웅...."하고 싫은 티를 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마침 여름이어서 덩치는 커도 하루만에 다 말랐다.
그리고는 한동안 내 손을 타더니 어느때부턴가는 소파고 침대고 놓을데가
마땅치 않아 여기저기 구석에 수셔박아 놓고는 먼지만 뒤집어 씌웠다.
어쩌다 내가 자기 곁이나 앞을 지나칠때면 예의 "웅..."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나는 '어쩌란 말야'하고 귀찮아하였다.
얼마전 녀석을 유심히 보니 까만눈에 눈물이 잔뜩 맺혀있어
"아냐아냐 , 언니가 버린거 아냐"라면서 다시 목욕을 시켰다.
"버리려면 그냥 버려. 웅"하면서 앙탈을 부렸지만 정성스레 다 씻기고 말린 다음
이제는 내 침대위에 놓아주었다.
킹 사이즈라 여유가 생긴것도 일조를 하였지만 이러려면 그 먼 중국땅에서 부르지나 말걸,
하는 미안함같은게 생겨서고 제법 군기도 잡히고 인형이지만 의지가 되는 데가 있다.
해서 "우탄이"라는 원래 이름보다 요즘은 "오장군!"하고 부르면
같은 "웅"이어도 한껏 업된 톤으로 나를 반겨준다.
이렇게 인형도 살펴주고 씻겨주고 아껴주면 답을 하거늘,
사람은 안 그런거 같다.
"I'm alone because I know people"이라는 페북글귀를 보면서 내가 수긍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