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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고마워요 그대

by 박순영

아까는 운동을 나갔다가 갓길에 서있는 차 한대를 보았는데 운전자가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봐선지 순간 쭈뼛하며 공포가 밀려들었다.

그냥 가나 마나, 하다가 오지랖을 부리기로 하고 똑똑 창문을 두드렸더니

금세 운전자가 고개를 들고는 왜요?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뇨..괜찮으세요? 했더니 그는 씩 웃으며 네,하곤 차 시동을 걸었다.

내가 무슨 상상을 했는지는 다 알것이다.

죽음이란게 그리 쉽게 오는것도, 영화처럼 도처에 널린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살아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한편, 나혼자 괜히 심각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태 그런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내가 그리 싫은 건 아니다.


저 운전자, 오늘저녁쯤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것이다.

"글쎄 내가 죽은줄 알드라구"...

고마워요, 살아있어줘서..


삶은 정확히 오고가는 것이어서,

내가 만약 저 상황이 되면 누군가 내 차창을 노크할것을 믿는다.

내나름 풍파에 시달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가 전부 무너진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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