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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Dec 10. 2023

영화 <아멜리에>
세상을 구하는 사랑의 메신저

오드리 토투라는 여배우를 보면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천가지 향'을 뿜어내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가장 먼저 접했던건 <he loves me,he loves me  not>이었던 거 같다. 옆집 남자가 자기도취에 건넨 장미 한송이에 그녀는 그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고 그때부터 애정망상에 빠져들어 온갖 기행을 일삼다 결국은 정신병동에 수감되는, 그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이 <아멜리에>역시 우리들이 흔히 노멀normal하다고 부르는 범주의 일상적 행위나 감성은 아니다. 

부모와의 인연이 박복했던 아멜리는 성장해서 까페 여직원으로 무려한 일상을 살아가다 자신의 거처에서 어느날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하면서부터 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그것을 실천해나가며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쳔사같은 존재로 거듭난다. 그러나 막상, 자기 앞에 나타난 남자와의 사랑은 멀고도 지난하기만 한데...


쉽게 읽히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 토투 영화답게 어딘가 독특한 전개와 미장센이 가미된 조금은 컬트적인  영화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내는 것 같은 모든 사람안에는 오랜 기다림이 숨어있고 그에 따른 가슴아픈 기억, 상처들이 내재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 그들은 쉽게 그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말미에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자신을 배반했던 남자가 돌아온다는 소식,  내내 바라보기만 하던 두 남녀의 사랑이 격정적 섹스로 마무리되고 아멜리 역시 가슴떨리는 운명의 남자와 사랑을 나눔으로써 비로소 마음의 평화, 세상과의 화해를 이루어낸다.



토투도 76년생이니 지금은 50이 다 돼가는 중년배우다. 그녀의 최근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여전히 '일반적 기준'에서 미인의 범주에 들지는 않을것이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코믹한 얼굴이고 그래선지 코미디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가 주는 웃음은 진한 휴머니즘, 부조리한 타인과의 관계, 삶과의 갈등을 암시하고 그속에서 고통받는 존재들을 그려내는 류의 것이라 하겠다.


폭력과 섹스,  파괴가 주가 되는 이른바 '블록버스터'에 집중된 우리 영화가 조금은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며, 이런 개인적이며 작가적 영화들에서 토투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배우라고 생각된다.


우리안엔 다 꿈이라는게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이러저러한 상황과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병적으로 뒤틀리고 왜곡된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타인을 지옥이라 여기게 만들고 세상과 불화하게 한다. 그것들과의 화해, 용서와 관용, 그리고는 마침내는 실현돼야 할 '미지의 화해'를 이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어제 본 프랑스관련 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유대계 모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는걸 보고 '관용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국운도 이제 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관용 tolerance이 어쩌다 다민족국가가 돼다보니 그들을 달래고 얼르고 지배하기 위해 어거지로 생겨난 것이긴해도, 그래도 테러를 당하면서도 가해자들의 입장을 헤아리려 했던 옛모습에서는 많이 멀어진건 사실이다. 

이렇게 명분과 언행  사이의 괴리, 나와 타인간의 소통 불가의 세상에서 <아멜리에>는 조금이나마 그런것들에 반기를 들고 개인이라는 작은 집단들이 부족하나마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꿔보자는 시도로 읽힌다.



이사진만 구글에서 빌려옴. 나머지 사진은 직접 캡처함.



title < amelie from montmartre> 독일,프랑스  2001

감독 장 피에르 쥬네

주연 오드리 토투.

러닝타임 121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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