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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Dec 28. 2023

영화 <파주> 형부와 처제의 사랑



예전에tv에서 <눈사람>이라는 걸출한 드라마를 본적이 있다. 형부와 처제의 길고 사연많은 사랑의 여정을 그려낸 수작이었는데 그래서 또한 뭇매를 맞기도 했기도 하였다.



<파주>역시 죽은 언니의 남편인 중식과 아내의 동생인 은모의 길고 굴곡진 사랑의 행로를 그리고 있다. 거기다 예전 파주가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나던 과정의 원거주민들의 고통과 저항이 함께 그려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외지로 내몰려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삶은 신의 존재마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순차적 진행이 아니어서 잠시 맥이 끊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은 뒤에서  친절하게 플래쉬백으로 설명된다.

젊은시절 운동권으로 지낸 중식은 파주 철거현장에서도 투사의 면모를 보이지만 단단해보이는 그의 안에서는 가스 폭발로 가버린 아내 은수의 단하나 혈육인 은모에 대한 사랑으로 들끓고 있다. 그러던 그가 은모를 지켜주려 행한 일련의 행위는 그를 보험사기꾼으로 몰고간다.


영화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바탕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된다. 그덕에 두시간여의 러닝타임또한 그닥 길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철거현장의 생생한 재현, 그속에서 가망없는 투쟁을 벌이는 원주민들.

이런 설정은 삶이라는 불가항력에 맞서고 쓰러지고 결국엔 패배하고 마는 인간군상을 그려낸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파주>는 고단한 삶의 여정을 두가지로 집약해 보여준다. 하나는 '금지된 사랑'을 그리고 또 하나는 '삶이라는 감옥에 갇힌 인간존재'를.

난해하지 않은 미장센은 영화의 대중성을 가능케 하였고 조금은 자극적인 '처제와 형부의 사랑'이라는 외피는 일종의 당의정 sugarcoated 역할을 한다.



故 이선균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그의 작품 중 하나를 골라봤다는데 의의를 두겠다.

그가 이제는 부디 평온한 잠을 잘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사진 필자 캡처



title  < 파주> (2009. 한국)

감독 박찬욱

주연 이선균 서우

러닝타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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