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tv에서 <눈사람>이라는 걸출한 드라마를 본적이 있다. 형부와 처제의 길고 사연많은 사랑의 여정을 그려낸 수작이었는데 그래서 또한 뭇매를 맞기도 했기도 하였다.
<파주>역시 죽은 언니의 남편인 중식과 아내의 동생인 은모의 길고 굴곡진 사랑의 행로를 그리고 있다. 거기다 예전 파주가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나던 과정의 원거주민들의 고통과 저항이 함께 그려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외지로 내몰려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삶은 신의 존재마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순차적 진행이 아니어서 잠시 맥이 끊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은 뒤에서 친절하게 플래쉬백으로 설명된다.
젊은시절 운동권으로 지낸 중식은 파주 철거현장에서도 투사의 면모를 보이지만 단단해보이는 그의 안에서는 가스 폭발로 가버린 아내 은수의 단하나 혈육인 은모에 대한 사랑으로 들끓고 있다. 그러던 그가 은모를 지켜주려 행한 일련의 행위는 그를 보험사기꾼으로 몰고간다.
영화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바탕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된다. 그덕에 두시간여의 러닝타임또한 그닥 길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