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씩 쌓인 믿음, 우리만의 방식으로
연애할 때, 꼭 해보고 싶은 로망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함께 통장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주 작게 시작했습니다.
매달 각자 5만 원씩 넣는 모임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돈’을 함께 모으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통장은 데이트 비용이나 외식비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막연히 “언젠가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함께 모은 돈이 언젠가 ‘우리 집’을 향한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희망이었지만,
매달 쌓이는 숫자를 보면서
우리가 같은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모임통장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 통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과 우선순위에 대한 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환경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
그런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는 작은 장치가 되어주었습니다.
통장에 돈이 얼마가 들어 있느냐보다,
그 돈을 어떤 마음으로 함께 모았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나란히 이체하며,
우리는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 배웠습니다.
결혼 후부터는,
‘내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처음으로 현실적인 숫자들과 마주하게 되었고,
청약 조건, 대출 가능 금액, 주변 시세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수많은 조건을 따지고 비교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늘 자리를 지켰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저축해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5만 원씩 쌓인 그 믿음은
단순한 금액을 넘어서
함께 사는 삶을 연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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