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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팔이 Mar 13. 2024

평일에는 저녁 주말에는 오전에 열리는 상점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 굳게 닫힌 상점의 문, 아쉬운 뒷모습

군대에는 평일저녁 5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저녁 9시에 닫는 그리고 주말에는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똑같이 저녁 9시에 닫는 특별한 상점이 있다. 우리는 매일 이상점의 문이 열기만을 기다린다. 과연 이상점에는 어떤 것을 팔고 있을지 알아보자!!

군인들에게 특별한 상점이란?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


아마 대부분의 군인들은 이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오후 5시 부대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게 평일은 오후 5시 전후에 문을 열고 오후 9시에 닫는 상점 평소에는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는 휴대폰 보관함이 열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각자 다른 곳에 흩어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한자리로 모여서 상점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상점이 열리는 순간부터는 선임 후임 상관없이 모두가 각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다시 흩어진다. 현대인들에게 휴대폰은 땔레야 땔 수 없는 분신 같은 존재다.

군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실제로 군대에 휴대폰 사용이 허용된 이후부터는 부조리나 사고 같은 게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들 휴대폰을 받으면 휴대폰의 노예가 돼버려서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만 준다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전혀 주지 않고 각자의 휴대폰만 바라본다. 그렇게 휴대폰을 하면서 보내는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우리는 모두 저녁 9시에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평일 3시간 반 주말 13시간 정도일 뿐이다.



굳게 닫힌 상점의 문.


상점의 문이 닫히면 우리는 마치 휴대폰이 없던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일상을 이어 나간다. 내가 처음 군대를 와서 힘들었던 것은 휴대폰을 못 본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훈련소에서는 휴대폰을 아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훈련소에서도 휴대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대에 와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낮에 일과를 하다가 굳게 닫혀있는 상점의 문을 볼 때마다 강제로 열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그때마다 그 욕구를 억눌렀다. 고작 휴대폰 때문에 내 군생활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점의 문은 여전히 닫쳐서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에게는 휴대폰 사용이 제한되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휴대폰을 하지 못하니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았고 그 결과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지금 내 삶에 휴대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휴대폰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상점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이다. 이제는 상점의 문이 닫혀도 아무렇지 않다. 휴대폰보다 중요한 것들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뒷모습.


휴대폰을 내기 전 사람들의 뒷모습에는 항상 아쉬움이 묻어나있다. 나도 처음에는 정말 아쉬웠다. 주말에는 하루종일 휴대폰만 했음에도 휴대폰을 낼려니까 아쉬웠다. 나는 이제 아쉬운 감정이 사라졌지만 내 주변의 많은 선임이나 동기 후임들은 아쉬운 감정이 남아있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휴대폰 그만보고 다른 것도 해보는 게 어때?”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건 본인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서 하루종일 각자의 휴대폰의 빠져 시간을 보내는 현실이 나는 정말 안타까운 것 같다. 물론 휴대폰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나도 휴대폰을 좋아하고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과도한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적절하게 절제하면서 사용하면 휴대폰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절재 하기란 쉽지 않다. 매일매일이 새롭게 느껴지는 게 휴대폰의 세계이다. 이 세계에 지배당한 우리의 현실이 정말 안타까운 것 같다. 때로는 이런 상상을 해본 다만 약 상점의 문이 영영 열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상점은 제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른다. 평일 저녁과 주말 오전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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