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에 선택이 없다면
죽음에 대한 저작권이 있었으면 한다.
한 세상 태어나서 죽을 때는 그저 바람같이 살다가 가길 바란다.
하나하나 따지듯이 살았던 20대를 멀리하고
이제는 모든 것이 내게는 그저 감사함으로 남아 갑자기 이 세상과 결별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죽음에 대한 권리가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태어남이 내게 선택이 없었다면 죽음에 대한 내 권한은
필사적이며 필요 불가결 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책을 읽었고 죽음에 대한 내 시선은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것이니 나는 죽음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싶다.
나이 98세 할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하늘을 가셨을 때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프지 않아서 울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살아 내시며 나이의 나이테를
잡고 빈손을 들고 죽음을 멋지게 받아들이셨기 때문이다.
슬픔도 죽음도 저작권이 있다.
그러니 애쓰지 않게 죽음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싶다.
선택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죽음이란
가장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가벼운 삶이란 어렵다는 것을 아는 나는
이 저작권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 저작권이 있는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