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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전해 준 사탕

by 몽접

아침부터 밀려오는 일들에서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일이 꼬여도 너무 꼬였다.

아침 서류에서는 정리가 필수라서 물도 못 마시고 서류정리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아침 회의에 참석을 하고 일에 분담이 있었다.


담당부서에 대한 분담은 늘 있는 일이라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런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자 그럼 다음 달 인문학 포럼은 3팀이 가지"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아니 저희 이번 달 당장 다음 주에 있고 그다음 7월에 하나 더 있는데 너무 빡빡합니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데 부장은 "이렇게 저렇게 따지면 누가 해요?"

결국은 나도 말을 했다.

"아니 우리가 하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굵직한 일인데 이렇게 하면 휘뚜르 마뚜르가 되는데 아시잖아요, 그리고 저희 인력팀에 보충해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해주시고 정말 힘듭니다. 요즘 거의 매일 야간작업이고 번역도 힘들어서 저희 정말 거의 주말 반납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말이 파장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일은 더 크게 들어왔다.

"어 그래 맞아, 번역. 프랑스 번역 자격증 어떻게 된 건가?"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난 "지금 준비 중입니다"

그러자 이어진 말 "아니 준비가 올해 초 아니었어? 아니 언제까지 할 건가?"

나는 "이제 거의 다인데 문법에서 시간이 걸립니다."

갑자기 조용해지는 분위기, 이어진 연구원장님의 말씀 "아니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나? 자격증 따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이고, 담당부서에 일 하나 더 갔다고 언성이 높아지고 그럼 앞으로 누가 일을 하나?"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회의는 마무리가 되고 각자 자리에서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컴퓨터 멍을 했다.


그때였다. 내가 여기서는 도저히 못 있겠다고 나가려고 할 때 옆 동료는 내게 츄파춥스를 건넸다.

"자기 이거 먹어, 나는 분노가 치밀면 이걸 먹어. 그럼 세상 그렇게 간단해"

나는 멍을 하면서 동료가 준 사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사탕을 까고 있었다.

혈당 스파이크를 받으니 그나마 시름이 녹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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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동료는 "무슨 우리가 어디 한 두 번이야?"

그렇게 받아 든 사탕으로 나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세상 쉬운 게 없고 인생 쉬운 게 없고 밥 벌어먹고살기 힘든데 나는 너무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받은 이 사탕이 나에게는 정말 귀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탕이었는데 이렇게 있으니 든든하다.

감사했습니다. 세심함을 이렇게 사랑으로 알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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