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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by 몽접

나이가 들면서 단어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랑 같은 경우도 다르지 않다. 어릴 때는 사랑하면 엄마가 떠올랐다. 자신의 희생으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적합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사랑이라는 단어는 내가 좋아하는 국문과였다. 지금은 사랑은 아주 작은 사소함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작은 사소함에도 사랑이 묻어 있으니 나는 그저 눈물이 많아지고 세상 살아감에 매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살뿐이다.


며칠 전 제자가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날은 제자가 좋아하는 닭볽음탕을 먹기로 했다. 골목 후진곳에 있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가는 그곳이라 예약을 하지 않아서 자리가 있을까 싶어서 갔는데 딱 한자리가 있었다. 이미 몇 번 먹은 적이 있어서 주인은 우리를 알아봤고 자리에 앉아서 익숙하게 메뉴를 주문했다.

제자와 나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제자는 최근 근시 판정으로 안경을 쓰게 되었고 나는 그 얼굴을 보니 정약용을 닮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껄껄 웃으며 내 농담을 받아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닭이 나왔고 제자는 점심을 굶었다며 밥을 차근차근 먹는데 갑자기 뭔가를 찾았다. 나는 "뭘 찾니?"

"저기요?"

갑자기 벨을 눌렸다.

나는 뭐지 하고 기다렸다.

"여기 서비스로 주신 요구르트에 딸기가 생딸기일까요?"

나는 순간 놀랐다.

나는 생딸기가 아니고서는 먹지 못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안 제자는 주인에게 문의를 했고 다행히 생 딸기라고 듣고서는 "선생님 드세요"라고 말을 했고 순간 "꽤 나를 챙기네, 이렇게 챙기다가 여자친구 생기면 나는 2순위이야.ㅋㅋㅋ"


농담을 하는데 제자는 "그게 뭐가 중요해요" 하면서 고기를 먹는데 나는 국물에 밥을 먹는데 어느 사이에

살을 발라서 나에게 얹어 주었다.

"살 빼겠다고 안 드시지 말고 고기를 좀 드세요" 하면서 나긋하게 발라주는 살에 감동을 해서 나는 또 농담을 하면서 "호호 알겠다" 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순간 생각이 났다.

그래 이게 사랑이지, 뭐 별 건가. 서로가 서로를 챙겨 주는 그런 묵직한 사랑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10년째 잘 살고 있고 표정만 봐도 알아주는 그런 사이로 잘 살고 있으니 그래 누구보다 친한 사람으로 잘 살고 있으니 이것도 사랑에 한 단면이겠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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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많은 것 예를 들면 큰 것에 의미를 둘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에는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면서 살아서 그런지 많은 것들에 감사하며 산다. 그래서 사전적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는 한다. 살아보니 그동안 많은 것들을 가두며 살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좀 더 세심하게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뭐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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