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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헤어진 지 달.

by 몽접

혈당이 높다고 결과치를 받아 들고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빵을 끊어야 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해서 하루에 빵을 먹는 낙으로 사는 내게 빵을 끊어야 하는 결심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물을 자주 마시면서 빵을 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머리가 아팠다.


동네 맛집, 빵집은 오픈런을 해야 하는 곳이 있지만 갈 수 없었고 내가 진짜 빵을 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들고서 나에게는 숙제 같은 질문지를 들고서는 유혹을 참기란 정말 힘들었다. 빵을 좋아한 게 어디 하루이틀도 아니고 정말 힘들어서 빵집을 지나칠 때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도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옆자리 동료가 빵을 많이 사 와서 자랑을 하고 있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은 시간에 사람들은 후식을 먹고 있었고 그때 옆자리 동료는 나에게 "자기는 밀가루.. 끊는다고 했지? 어디 볼까? 내기할까?" 하며 은근히 도전 의식을 불렀다. 나는 웃으며 "우리 그럼 커피 내기 어때요?" 은근히 제안을 했고 난 지지 않고 빵냄새를 맡으며 일을 했다.


동료는 내게 "이 좋은 걸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요?" 라며 은근히 재미를 붙였지만 나는 "그냥 살지요"라고 웃으며 반격을 했고 결국 끝까지 난 버텨서 다음날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내기를 일주일을 하고서 난 이후 녹차를 대신하고 밀가루와 굿바이를 했다. 신기했다. 처음에는 빵을 끊었고 그다음은 아주 작은 컵라면을 끊었고 그다음은 습관처럼 가던 떡볶이 가게를 끊었고 마지막에는 내가 좋아하던 집 근처 오픈런 빵가게를 끊었다. 마지막은 새우깡을 끊었다.


이 순서를 거치니 밀가루와 헤어지고 지금은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다.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보는데 끊으면서 느꼈던 희열을 이야기하며 해방감을 다른 언어에 빗대어 설명하니 그래도 그냥 살겠다는 사람들과 그래 한 번 도전해보자라는 사람들로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도 나는 진행 중이고 열심히 도전하고 있고 이제는 커피를 끊으려고 하고 있다. 아침에 수혈하듯이 마시고 있는 커피를 끊고 수박주스를 대신해서 마시려고 열심히 밤낮으로 갈아서 마신다. 그럼 속이 편해서 잘 잔다.

뭐든 노력이 필요하다. 덕분에 살도 빠지고 좋다.


연예인분들이 살이 빠졌어요, 하면 거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을 줄인다. 그럼 백에 백은 빵을 끊는 걸 봤다.

나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빵을 끊어 보려고 한다.

여태 먹었으면 됐지, 이 참에 쉬어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으로 내 머리와 가슴에 두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보다 심심하면서 자연스러운 것들과 만나면서 자신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늙어간다. 이제는 좀 쉬어야겠다.

내 마음도 몸도... 끊어보니 너무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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