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일기를 쓰면서 내가 느낀 점은 일기만큼 솔직할 수 없고 일기만큼 거짓일 수 없다는 이 특별한 공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일기 하면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처음 시작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엄마다.
엄마는 자신이 스스로 일기를 쓰셨고 매일 나가는 가계부를 늘 쓰시면서 일기를 겸하신 분으로 손수 우리에게 보여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따라 썼다. 어릴 때는 너무 힘들었고 그냥 귀찮았다. 별로 달라지는 일상 없는 하루를 기록한다는 게 의미도 없다 생각했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보고 싶은 책을 보는 게 더 좋다 생각했지만 엄마는 그래도 꾸준히 일기를 써야 힘을 얻는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 힘은 글을 쓰는 힘이라고 하셨다.
한 번은 너무 귀찮아서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를 베껴 넣은 적이 있었는데 모르실리 없는 엄마는 그곳에 첨삭을 해주셨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첨삭에 이 동시를 읽고 느낀 점을 적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 '어 엄마도 알고 계시는 동시네'라고 생각을 하고 그 이후 절대는 다시는 동시를 적지 않은 걸로 기억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공간이구나를 그때 알았다.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몽접아 일기라는 게 가장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이고 어떤 시간에는 가장 거짓말을 하는 시간이니 네가 쓰기 나름이란다" 난 속으로 '아니 내가 쓰는 시간인데 무슨 소리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을 이해하게 된 건 나이가 들어서 일기를 쓰면서이다.
한 해 말미에 하는 행사가 다이어리 구입이다. 늘 11월이 다가오면 다이어리를 구입하는데 난 그냥 육심원 다이어리를 사용한다. 처음 일러스트가 나올 때부터 팬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렇게 사면 새해 시작부터 쓰는 일기는 어느 순간 기록하는 인간이 되어서 나의 아주 작은 이야기까지 기록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훌쩍훌쩍 보면 그때의 나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잠시 기억을 되돌리면 분명 나는 힘들었던 구간인데 내용은 해피하다, 그럼 나는 아마도 그 시간을 뒤로하고 나를 속인 거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아 이 터널에서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린다.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들었던 그 솔직한 구간과 거짓된 구간이 이렇게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일기를 둘러보니 내가 마음이 어려울 때 일기를 더 많이 썼다. 그나마 견디는 시간에는 덜 썼던 구간이 있었다. 엄마는 현명하셨다.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 구간이 있을까? 때로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구간도 있다. 그래서 그런가 회사생활을 할 때도 나 자신에게 솔직한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이 있다는 걸 느끼고 살고 있다.
트랙을 돌고 퇴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구간, 나는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했니?
나는 늘 말한다. '그래도 밥벌이에는 솔직했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