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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케이크 처럼 직장 다니기.

by 몽접

요즘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이 정말 많다. 좋아서 시험까지 봐서 들어온 직장에서 세대 간 갈등에 누가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부터 여러 가지 일이 중첩이 되다 보니 경력이 많은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시대인가 싶어서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면서 다니고 있다.


월요병이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나는 요즘 월 월 월 그냥 월요일이 계속이다. 그래서 그런가, 싶어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자기도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웃었다. 계속 생각하다 나는 그냥 치크케이크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 했다.

처음 먹는 치즈케이크는 괜찮다. 그런데 두 스푼 이상 먹으면 질려서 아메리카노를 찾듯이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처음 치즈케이크를 먹은 게 대학을 입학하고 친구와 먹은 게 치즈케이크였는데 친구는 서울 사람이었고 나는 촌년이었는데 친구는 내게 한수 배우라고 치츠케이크를 사줬는데 나는 맛이 그냥저냥 하기도 했고 일종의 빵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친구는 치즈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 설명을 하면서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 먹어서 먹다가 목구멍에서 안 넘어가겠다고 설명을 그만하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나도 돈을 벌면서 가끔 치즈케이크에 아메리카노를 먹는 일반적인 사람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 먹지 않고 있다. 밀가루를 끊어서 케이크도 딱히 먹고 싶은 게 아니라서 참 신기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지 꽤 되어서 입맛을 잃어서 맹물이 제일 맛있거나 탄산수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서 커피도 즐겨하지 않는다.


딱 내 직장 생활이 치즈케이크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 먹으면 앞서 나가서 오지랖에 일을 다 해야 하고 너무 안 먹으면 일을 안 하는 사람 같으니 적당히 거리두기 하면서 살고 있다. 요즘은 팀을 다시 만나서 나 같은 극 i는 말을 하지도 않지만 그냥 내 일이라도 잘하자,라는 생각에 말도 하지 않고 스몰토크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오래 일한 동료를 만나면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도 줄였다. 말이 많으면 뭐 하겠는가, 인생을 치즈케이크 먹듯이 살고 있다.


엄마가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생을 살면서 멀리 보면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라고, 딱 중간이 좋다. 그런데 그 중간이 제일 힘들다. 그러니 그 중간을 지키려고 사람은 외줄 타듯이 살아야 한다. 나는 어릴 때 들어서 그렇구나 하고 넘긴 이야기들이 요즘은 현타가 와서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그래 그 외줄 타기가 어쩌면 치즈케이크 먹듯이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 퇴근 버스 후에서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어땠니? 그리고 답한다. 오늘도 외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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