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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보이는 것들.

by 몽접

요즘 출근은 버스 절반 나머지는 걸으면서 출근을 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살을 빼볼 요량으로 걸으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이렇게 한 이유는 스트레스다. 하루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걷기 시작을 했다. 집에서 명상을 한다고 새벽에 일어나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난 분명 눈을 떴는데 자고 있고 , 책을 읽으면 집중이 안되고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내 몸을 혹사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끝까지 걸을까 했는데 그건 너무 무리라서 그냥 간단하게 40분 정도의 거리를 보니 정류장 4개를 내리기로 하니 무리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길을 잃을까 걱정을 했다. 난 길치이다. 지금 있는 집도 집에서 반경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막상 걸으니 걸을만했다. 그리고 음악을 틀었다. 너무 좋았다. 이 좋은 걸 이제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머리에 이고 지고 있던 것들을 다 날려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을 접고 접어서 종이를 만들어서 하늘에 날리니 이것보다 좋을 수 없다.


걷다 보니 내가 그동안 늘 차 안에서만 보았던 카페에 들렀다. 시원한 수박주스를 한 잔 마시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배달 기사님들은 더 빠르다. 이렇게 빠른 시대에 내가 같이 가는 게 맞는 건지 질문을 던지면서 다시 걸었다. 여름은 여름이다. 살살 부는 바람에 아직은 이른 여름이지만 땀은 맺히고 사람들 구경하면서 꽃도 구경하면서 나는 그렇게 걸었다.


장소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버스를 타면 시계를 많이 본다. 지루하기도 하고 쪽잠을 자기 때문에 중간에 내려야 하는 강박에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걸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빨리빨리를 말하는 세상이다. 걸음을 걸으면서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난 언제나 마음에 사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가. 엄마 아빠 두 분은 공무원 생활을 끝까지 다 한 분들이다. 처음에는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일을 하고 보니 당연함은 없다. 물론 두 분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계에 대한 부담으로 하셨겠지만 왜 힘들지 않으셨겠는가. 수많은 유혹을 물리 치시고 만기를 다 채우고 나오신 두 분 생각에 잠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 일단은 걸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요량이다. 주변에서는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오히려 더 좋다. 몸도 풀리고 마음도 풀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 웃으며 이야기한다. 즐길 수 있으신 분들은 권합니다,라고 그래 즐길 수 있으면 더 더워지기 전에 열심히 걸어 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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