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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소독차는 어디 갔을까?

by 몽접

내가 어릴 때는 소독차가 다녔다. 부 응응~~~ 소리를 내며 소독차는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한 시간 정도 동네를 머물다 갔다. 내가 살았던 꿀꿀이 슈퍼집 아주머니는 "오늘은 소독차 오니까 나오지들 말고 집에 있어라" 하시며 하굣길 집에 들어가기 전에 눈깔사탕을 주시며 알려주셨다.


그럼 동네에서 가장 사고를 많이 치는 녀석이 "야 우리 저녁 먹기 전에 따라가자!"라고 약속을 잡으면 그 시절에는 삐삐도 없고 휴대폰도 없으니 각 가정에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동네 슈퍼 앞에 모였다.

달콤한 사탕을 먹으면서 소독차를 기다리면 그날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대충 정리하고 다음날 있을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야 아저씨 지난달에 몇 시에 오셨지?"

그럼 옆에 있던 친구는 "잘 모르겠어. 아마도 6시? 우리 집 밥을 7시 먹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귀신같이 차가 와서 부 응응~~ 하면서 연기를 내뿜었다.


앞장선 친구는 "야 시작이다" 하면서 따라가기 바빴고 나도 여동생도 "야 시작이다" 하면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럼 동네 있던 아이들이 모두 몰려와서 소독차를 따라다녔고 그걸 보시는 어르신들은 "저러다 다친다" 하시며 목소리를 높이셨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얼마나 뛰었을까? "켈록 켈록" 기침을 하고 숨이 차면 소독차는 한 곳에 정차를 하고 마지막 소리를 내며 머무른다. 그리고 그 많은 연기 속에서 "야 안 보여" 하면서 키득키득 웃으며 그렇게 대 장정을 마치면 소독차 아저씨는 내리셔서 우리에게 "이 놈들아 이게 얼마나 독한 건데 앞으로 뛰어나오지 말어라" 하시면서 쿨하게 가셨다.


그날 그렇게 뛰어 나갔다 들어가면 엄마는 "그렇게 재미있니?"라고 물으셨고 나는 "응" 이 라고 하면 엄마는 "앞으로 조금만 조금만 다녀"라고 하셨고 나는 '응"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생각하면 그게 왜 좋았는지는 모른다. 냄새는 매캐했고 별거 아니었는데 그 부연 연기에서 얼굴도 보이지 않아서 서로를 찾는 그 재미가 가장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포인트는 다른 동네 친구들 얼굴을 봐서 친구를 더 많이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목욕탕을 간 것도 아닌데 " 우리 정말 깔끔해진 거 맞지?" 하면서 서로를 보고 해맑게 웃으며 눈깔사탕을 먹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좋았다.


지금은 볼 수 없다. 사라진 건지 우리 동네에 안 오는 건지. 가끔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왜?라는 물음표가 앞에 붙는다. 그런데 그런 추억들이 모여 지금에 내가 있으니 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가? 소독차가 이 무렵 한 참을 돌아다녔는데 아저씨에게 눈깔사탕을 드리면 "아이고 고맙다" 하시며 내게 "귀한걸"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난다.


어렸을 때 추억이 다 내게는 그렇다. 이제는 먼 기억, 하지만 잊지 않고 싶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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